지난 3월, 정치권에서는 때 아닌 성장률 논쟁이 붙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집권시 경제성장률 7% 달성’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부터다. 논쟁에는 청와대도 개입, “만일 7% 성장 공약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더 큰 부작용을 후세에 남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잠재수준을 크게 넘는 성장률을 이루겠다는 것은 결국 무리한 경기부양으로 연결되고 그로 인한 폐해를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논평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는 경기부양 카드를 내밀 계획이 없다. 정부는 미세조정을 통해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기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연초부터 “올해는 대선정국이지만 선거를 의식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과도한 개편을 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며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본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잠재성장률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아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등 미세조정만=연초 이후 정부의 경기 관련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때문인지 정책 자체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에 대응, 재정을 상반기에 56%를 조기 집행하고 공기업의 투자를 늘려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재정의 상반기 집행은 지난 2004년 55%, 2005년 59%였고 지난해 53% 수준이었다. 최근의 경기흐름에 대해서도 상당히 낙관하고 있다. 권 부총리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지난해와 같은 경기부양 요구가 없다”며 “그 뜻은 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다만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내수흐름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기업환경을 개선하며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부진한 민간의 건설투자를 보완하는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낮은 목표치…잠재성장률 높여야=당초 정부의 예상대로 잠재성장률 수준은 유지하겠지만 현재의 잠재성장률이 낮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4% 중반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정책방향의 기준치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에 만족하지 말고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관계자도 “중국의 추격에 대비하려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며 “경제개방과 규제개혁 완화를 통해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들은 국내 경제가 2000년대 들어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하고 있다. 더구나 낮은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고, 그 수준에 맞는 정책을 펼치다 보니 저성장의 덫에 걸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이 전세계 성장률을 웃돈 경우는 단 2번뿐이다. 신용카드 붐이 일었던 2001년과 2002년 외에는 없는 것이다. 특히 2003년에는 전세계가 4.1% 성장하는 사이 우리는 3.1% 성장하는 데 그쳐 무려 1.0%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했다. 2005년에도 전세계 성장률은 4.8%였지만 한국은 4%의 성적을 기록했을 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은 경기 관련 정책을 세울 때 기준이 된다”며 “4% 중반의 목표치는 4% 중반 수준에 맞는 재정투입 정책 등을 수립하게 되는 만큼 정책 역시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