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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에게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주면서 아이의 핸드폰 사용 시간을 체크해 볼 것을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 전에 미리 모바일 폰을 수거했다가 하교 시에 돌려주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멀티태스킹, 즉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게 되면 자연히 주의력 결핍과 기억력 감퇴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의미있는 시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은 학교 수업과 학원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태블릿 PC와 모바일 폰을 함께 켜고 숙제라도 하듯 밀린 카카오톡과 게임을 하기에 바쁘답니다. 저녁 10시는 아이들에게 억눌려져 있는 욕망이 풀리는 시간입니다. 이런 와중에 다시 핸드폰 사용 시간을 규제하기 시작한다면, 아이들은 아마 숨이 막힌다고 거센 저항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바일 폰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정보 소비의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도구입니다. 작년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도 어느 연사가 ‘게임은 아이들이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는 수단’임을 지적하면서, 무작정 ‘놀 권리’를 방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막연히 스마트폰을 빼앗고, 하루 중 모바일 폰 사용 시간 총량 규제를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나 사회심리학자들의 관점에 따르면 오늘날 현대인은 정보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대부분 10대 이전부터 모바일 기기를 갖고 놀기 시작한 아이들은 과거보다 훨씬 빨리 정신적으로 어른이 된다지만 그만큼 가치 기준도 기반이 허약합니다. 인터넷 공간의 복잡성은 어떤 정보가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합니다. 어떤 교사는 10대 학생들이 신문 읽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무한대로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잡식성 정보 소비를 하던 아이들이, 진득하게 글 한 편 읽을만한 주의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죠. 어쩌면 정보의 총량을 규제하기보다는, 정보의 내용과 질을 규제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총리 후보자가 ‘정보 차단’을 언론사 간부들에게 주문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도적인 차원의 ‘정보 다이어트’를 시도한 겁니다. 차라리 자신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새로운 팩트를 제공했으면 나았을 것을, 막는데 급급하다 화를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오히려 ‘정말 미안하게 됐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이런 면도 있다’라는 주의 환기로 정보의 내용을 다이어트하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무작정 양을 조절하는 게 아니고 말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무작정 스마트폰을 빼앗는 조치도 일종의 ‘통제’에 해당합니다. 오늘날의 모바일 디바이스는 알 권리, 소통할 권리, 즐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기본권에 가까운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통제가 ‘정보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면 ‘주의 환기’를 위한 해결책을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 단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뭔가가 있을 때만 가능한 얘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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