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인사

鄭泰成(언론인)신하로 하여금 감히 임금을 속이거나 배반할 마음을 먹지 않게 할뿐 아니라 나아가 입 안의 혀처럼 임금의 뜻에 따르게 하자면 신하에 대한 절대적인 인사권을 임금이 꽉 쥐고 놓지 말아야 한다고 옛날 중국의 한비가 갈파했다. 권신이 하자는 대로 인사를 하면 임금의 인사권은 이미 권신에게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으며 신하들은 임금의 뜻에 따르지 않고 그 권신의 뜻에 따를 것인즉 마침내 임금의 자리와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이다. 한비가 보기에 신하들은 타고난 충신이 아니라 틈이 보이면 권력을 농단하려는 이리 떼와 같으니 그 이리 떼에게 자갈을 물리고 줄을 매어 임금의 뜻에 따르게 하자면 인사권을 쥐고 놓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인사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 다를것 없다.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허수아비가 되며 인사를 엄정하게 다루는 사람은 군림할 수 있다. 입 안의 혀처럼 사람을 부려 먹을 수 있다. 이런 사정은 비단 공무원사회에서만 그런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체에 공통된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인사는 인사권자가 전단할 수있다하여 다 좋은 인사가 되는것은 아니다. 엄하다하여 좋은 인사가 되는것도 아니다. 그런 인사를 자주하다 보면 휘하에 아부꾼과 해바라기족만을 거느리게 되기 쉽다. 마침내 자신과 조직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인사의 요체는 제 자리에 제 사람을 갖다 놓는 일이다. 인사의 칼을 함부로 휘드르다 보면 제대로 된 인사보다 잘못된 인사가 되기 쉬운 것이다. 그래서 인사는 어렵다. 참고가 될지 모르지만 옛날 독일 국방부는 휘하 장교들을 다음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인사의 기준으로 삼았다한다. 능력은 출중하나 야망은 없는 유형, 능력도 출중하지만 야망도 큰 유형, 능력은 시원찮으면서도 야망이 큰 유형, 능력도 야망도 다 없는 유형이 그것인데 독일 국방부는 이중 능력은 있으나 야망을 품지는 않고 있다고 분류된 장교를 승진과 중용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았다한다. 반면 가장 경계한 대상은 능력과 야망을 함께 지닌 부류의 장교였다한다. 근자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자주 예고되고 있다. 능력있고 꼿꼿한 공무원을 가려내는 일은 그러나 말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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