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분양금 예금으로 빚 상계처리 부당"주택조합 조합원이나 입주예정자들이 중도금 납부용으로 만든 예금계좌의 경우 예금주가 시공업체로 돼 있더라도 은행이 시공업체 채권과 예금을 상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건설업체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은행계좌에 들어온 분양대금을 조합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계처리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8일 동아건설과 공사계약을 체결한 A주택조합이 주택은행을 상대로 신청한 분쟁조정에 대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97∼98년 설립된 A주택조합은 98년 9월 동아건설과 공사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1월 주택은행 태평로지점과 포일지점에서 동아건설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두 계좌에는 주택조합원 및 일반분양자 541명이 중도금 등을 입금했으며 이 가운데는 주택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자금도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31일 동아건설이 최종부도 처리되자 주택은행은 동아건설의 채무와 두 계좌의 예금 5억7,200만원을 상계처리했고 A주택조합은 두 계좌의 예금주는 실질적으로 주택조합인 만큼 채권ㆍ채무 상계가 부당하다며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A주택조합은 예금계좌 개설 이전에 주택은행 직원과 조합원 및 일반분양자에 대한 중도금대출을 논의한 바 있고 계좌를 개설할 때도 목적과 입금될 돈의 성격을 은행측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택은행측은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봐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A주택조합의 주장을 묵살했다.
분쟁조정위는 주택조합이 조합자금에 대한 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공사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하면서 인감을 공동날인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일반적 관행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은행(조흥ㆍ평화)에서는 동아건설 명의로 된 주택조합 예금에 대해 동아건설 최종부도 직후 지급정지 조치했다가 채무를 상계하지 않고 지급정지를 해제한 점을 들어 A주택조합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주택업체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은행측이 채권확보를 위해 조합원 돈을 함부로 빼가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시공사 부도에 따른 조합원들의 재산피해도 크게 줄어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두환기자
김민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