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일 FTA, 사업구조 고도화 기회로

[을사늑약 100년 광복 60년 한일수교 40년] <br>"외자유치 수월" "무역역조 더 심화" 시각 공존<br>'동아시아 경제 중심축'기치로 협력방안 모색

올해는 한일수교 40년을 맞는 해이다. 지난 1965년, 박정희 정권이 타결한 한일협정에 대해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역사청산의 면죄부를 일본에 준 `미완의 협정'이라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65년 한일 국교정상화의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공헌했다는 점이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경제협력자금'(청구권자금)이 한일 무역역조등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종자돈'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얻은 경제발전의 성과는 박정희 정권의 기반 안정과 정통성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평가와는 대조적으로 65년 한일협정은 경제개발 자금 확보라는 `실리'에 급급한 나머지, 역사부채 청산의 명분과 기회를 희생시킴으로써 일본에 역사책임의 면죄부를 안겨주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하튼 한일 양국은 65년 관계복원 이후 한편으로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수없이 갈등하고 대립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지향의 구호 아래 우호협력의 토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끈기있게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두나라 관계는 98년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을 계기로 이제 실질적이고도 성숙된 동반자 관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 공동개최와 대중문화 개방, `욘사마 붐' 등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최근의 국민.개인간 교류 움직임은 국가.정부간 교류에 의존해온 지금까지의 한일관계 패러다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양측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일(對日) 교역규모가 2003년 기준으로 미화 536억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은 363억달러로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국이 됐으며, 수출도 173억달러로 중국, 미국에 이어 세번째 수출국이 되는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호 의존성도 매우 커졌다. 특히 최근에는 `욘사마 열풍'으로 대변되는 한류(韓流)가 일본 사회는 물론 정계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루 1만명 이상이 양국을 오갈 정도로 인적교류가 활발해 양국은 현재 4편인 김포-하네다 항공편을 두 배로 늘리기로 최근 합의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제는 한일 양국이 동북아시대의 전략적 협력비전을 공유하면서 서로 기능적인 접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사 문제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갖고 할 말은 하되 감정적이 아닌 합리적이고 실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일관계가 지금의 EU(유럽연합)처럼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로서 발전하려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북한 핵문제 협력,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결단 등을 꼽았다.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은 "한일 협력이 중요하지만 이것이 동북아 역내 다른 국가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고 말을 보탰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은 "한일 양국은 모두 무역국가로 지속적,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지역안정이 중요하며 경제관계에 있어 서로의 강점을 살리는 협조관계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21세기 한일관계의 분수령, 한일FTA = 올해말까지 한일 양국이 체결하기로 한 한일 FTA는 미래 한일관계의 방향을 결정할 중대한 내용이다. 한일 FTA는 단지 양국 관계만을 방향지을 뿐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하는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구성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21세기의 한일 관계는 단지 양국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의 중요한 핵심축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일 FTA가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보고 체결에 적극적이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한일 FTA가 양국간 교역 및 투자 확대, 규모의 경제실현 등을 통한 산업경쟁력 향상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협상방향과 관련, “양국 기업인, 특히 중소기업인은 물론 일반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FTA협상이 되려면 FTA체결의 이익이 양국간에 균형있게 나타나야 한다”며 “관세양허, 일본의 비관세장벽 철폐, 산업기술이전을 포함한 포괄적 경제협력 사업에 있어 일본측의 적극적인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국이 FTA 체결에 적극적인데는 각자의 의도가 있다. 먼저 공동의 관심사는 중국의 부상에 함께 대응하자는 것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경제에 각각 대응하는 것 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계산이다. 또 한일 FTA체결에는 앞으로 한-중-일 3국의 FTA 체결등 협력의 방향을 앞당기자는 의도도 있다. 즉 일면으로는 견제하면서 한편으로는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목적이다. 일본은 지역협력섟?없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협력체 구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급부상을 경계하면서 일본이 협력체 구성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일본은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싱가포르 등과도 FTA협정을 맺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입장인 우리로서는 안정적인 수출시장의 확보가 최우선 관심이다. 한일 FTA를 발판으로 중국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경제가 통합되면 우리로서는 좁은 내수시장을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일 FTA에 이어 한-중 FTA, 한-ASEAN FTA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일본과 중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FTA등 경제협력에 적극 나설 경우 우리의 설 땅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한일FTA가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양희 연구위원은 “일본 재계에서는 한국보다는 중국과의 FTA체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만일 한일 FTA체결에 앞서 일-중 FTA가 체결되면 우리의 설 땅이 좁아지면서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와 노동계 모두 경계의 목소리가 커 이를 어떻게 협상에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노동계는 한일 FTA가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는다는 논리로 FTA체결에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FTA 체결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 산업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관세철폐, 관세인하 등을 가능한 늦춰달라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기계 등 한일간 가격경쟁이 치열한 주종 수출업종은 관세인하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FTA 체결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으로는 아래와 같은 점들이 지적된다. 먼저 장점으로는 거대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거대시장을 보고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 유치가 쉬워진다. 일본 기업들의 대한투자 증가도 예상된다. 관세철폐로 부품이나 자재 수입부담이 줄어 일본 조립업체가 원자재를 국내 합작기업에 공급하여 부품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생산이나 위탁생산의 방법으로 일본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투자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불투명한 사업관행, 심각한 노사분규, 부정직한 조직문화, 계약조건의 잦은 위반은 일본 기업의 한국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일 FTA 체결로 일본 선진기술의 습득이 쉬워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당장 관세철폐로 가뜩이나 커지고 있는 대일무역역조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 기계, 전자부품, 금속분야 등은 보다 저렴하고 고품질의 일본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어 우리 부품.소재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국내 대기업들이 우리 부품.소재기업의 제품보다는 일본 제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 우리 기업들의 기술개발.국산화 기회상실이 예상된다. 또 일본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혜택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한일FTA가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역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한일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를 오히려 개선시키고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한일 FTA를 사업구조 고도화의 기회로 인식하고 일본기업, 일본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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