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 눈/7월 19일] 누구를 위한 전력 구조개편인가

황정원 경제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통합 문제는 원자력 발전 수출 문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매부문 경쟁체제 도입도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정했다. 하지만 시계를 불과 열흘만 되돌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의 발언을 곰곰이 되짚어 보면 뭔가 개운치 않은 면면이 많다. 이달초만해도 그는 “지금까지 굉장히 비효율이 많았다. 경쟁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독립성을 부여해야 책임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최 장관을 높이 사는 이유 중 하나가 필요성이 느껴지는 사안에 대해서 소신을 갖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다. 과거 국가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 정부의 주요 현안마다 그의 의지가 정책에 담기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란에서 대대적인 변화 보다 현실적 실익을 고려해 보완을 택한 정부의 결론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다. 특히 지경부의 대안 제시 요청 과정을 거쳐 애매한(?)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대해 수 억원의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뻔한 결론을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파행으로 끝났던 지난 9일 공청회에서의 혼란스러움도 28일 재보선을 앞둔 정부에 부담이 됐을 것이다. 결국 한수원 본사의 경주 이전 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해 한전ㆍ한수원 통합에 강력히 반대했던 경주시 관계자, 판매경쟁 체제의 도입을 거부하며 ‘매국적 한전분할을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해체하라’는 전력노조, 한수원 통합 문제는 헛물을 켰지만 판매부문의 분리를 가까스로 피한 한전까지 대다수 플레이어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됐다. 최 장관은 “KDI의 용역은 10년 동안 논란이 된 전력산업 개편의 방향성을 설정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 ‘의미’가 과연 누구에게 해당되는 것일까. 정치인 출신 장관이 내린 정치적 결론, 하지만 극심한 산통이 뒤따르는 구조조정 작업에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귀결은 없다.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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