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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과 삼성·현대·BC 등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주요 정보가 타이완에서 도용돼 해외 사이트를 통해 수백건이 불법 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카드사의 불법 결제 문제가 해외로까지 확산된 사실상의 첫 사례로 국내 카드 고객의 개인 정보가 일각의 추측대로 해외 범죄자에게까지 유출됐을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에야 인지하고 긴급 사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3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정보가 도용돼 해외의 한 게임사이트에서 지난 10일 새벽에만 수백건의 불법 결제가 중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카드의 경우 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 등을 통해 최종 결제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체크카드의 경우 결제 즉시 금액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실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고객들이 아직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사례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결제 피해가 파악된 카드사들은 신한와 삼성·현대는 물론, 롯데와 NH농협·씨티카드 등도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정확한 피해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BC카드와 하나카드 등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불과 몇 시간 만에 전체 카드사에서 수백건의 불법 결제가 한꺼번에 이뤄졌다. 특히 이번 불법 결제는 한 차례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최근 일어난 시중은행의 불법 계좌 인출처럼 처음에는 소액으로 결제를 한 후 이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자 결제 금액을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소액의 물건을 결제하면서 테스트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응이 느슨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수십 달러씩 중복으로 결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이에 따라 이번에 불법 결제가 시도된 카드의 고객들에 긴급 연락을 취해 불법 해외거래가 의심된다고 안내했으며 카드 재발급을 개별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는 불법 결제가 수백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할 경우 피해 고객과 결제 금액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카드사들은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카드를 도용당한 피해자들이 상당수가 최근 타이완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고객 대부분이 타이완 철도청에서 기차표를 예매했다는 점에서 타이완 철도청을 해킹해 이번 불법 결제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