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진행하는 한, 그리고 역사가 도시를 필요로 하는 한 도시는 계속 변모해간다.
정지된 도시는 오직 유적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도시든 의식적인 계획에 의해 이룩된 신도시든지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우리의 행동과 사고가 도시를 계속 변모 시킨다.
하지만 근대의 도시체계는 전통적인 장소가 갖고 있는 특성과 흐름을 해체하면서 공간을 균질화시켰다. 이에 따라 삶의 다양한 영역들이 대규모로 집적되고 재배치되는 기능주의적 계획들만이 추진돼 왔다.
도시의 기능은 생산력 극대화에만 중점을 둬 개개인의 삶은 개별화ㆍ이질화 되고 이분법적으로 경계 지어져 그 중간을 잇는 도시공동사회는 지극히 축소됐다. 즉 편리, 효율, 합리성만이 끊임없이 추구되고 축적돼 결국 전체로 보면 불편, 비효율, 불합리성 등을 빚어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도시를 만들 때 개체 대상 자체의 조형적 완결성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맥락 전체를 아우르면서 계획의 목적을 헤아려야 한다. 사용자의 삶도 인식하면서 그것과 사물사이의 관계를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다.
도시는 지표면뿐만 아니라 그 주위를 에워싸는 모든 건물, 도로, 광장, 표지, 수목 등과 온갖 사건들로 이뤄져 있다. 이 도시와 관계를 맺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도시 전체의 모습에 자리매김 함으로서 도시의 틈은 발견될 수 있다.
도시의 틈은 도시민이 기억하고 움직이는 대안적인 노선을 따라간다. 도시의 틈을 찾음으로써 도시의 조화를 재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장소의 감각을 실질적으로 되찾는 길이 된다.
도시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도시 삶의 필연적인 결과라면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태도는 주위 환경을 다시 역동적으로 만들어 가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어진 정보나 모델이 없는 것을 탓 할게 아니라 현존하는 거리의 현장에서 긍정적 가치를 찾아내 직접 느끼는 대상으로 도시의 틈을 표현해야 한다. 차별화된 각 건물들과 도시민에서 동질성을 찾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도시의 곳곳에서 도시활력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