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뉴스 포커스] '학과모집 폐지' 중앙대의 파격 실험

이공계 중심 대학 구조개혁 신호탄인가<br>산업·대학교육 미스매치 해소… 유망전공에 많은 학생들 배치<br>위기의식 인문학 교수들 반발


중앙대학교가 내년 입시부터 아예 학과제 모집을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모집하는 파격적인 신입생 선발 개편안을 마련해 입시준비생과 다른 대학교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한 뒤 2학년 2학기 때 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골자로 이때 지원자가 없는 학과는 폐지될 수도 있어 교수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대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학과와 관계없이 신입생을 뽑아 자유롭게 전공탐색을 하고 2학년 2학기에 '주전공'을 선택하는 2016학년도 학사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인문대학 내 국어국문학과 40명, 영어영문학과 100명 등 학과별 모집정원이 있고 이에 맞춰 학생을 뽑았다면 내년부터는 인문대학 신입생 365명을 한꺼번에 선발하는 식이다. 기존에도 일부 대학교에서 특정학부나 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으나 대학교 전체로 학과제 모집을 폐지하는 것은 중앙대가 처음이다.


또 전공편성 및 운영 권한이 기존 학과에서 단과대로 이양돼 전공학과 개설 및 폐지가 손쉬워지고 2학년 2학기 때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학과는 폐지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교수도 학과가 아닌 단과대학 소속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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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는 장기적으로는 단과대학 단위도 없애고 학생 소속을 △인문사회 △자연공학 △예체능 등 다섯 개의 커다란 단위로만 남겨 대학교 구조개혁을 손쉽게 할 방침이다.

박상규 중앙대 행정부총장은 "산업수요와 대학교 교육의 미스매치 현상을 타개하는 데 학과라는 벽을 가진 구조로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과의 벽을 넘어 학생의 선택에 따라 유망전공에 많은 학생들을 배치하는 등 계열별 입학정원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른 파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험생들은 당장 지원 커트라인에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교수들도 구조조정 위기를 느끼게 됐다. 박 부총장은 "대학교가 교수라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체계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체계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교수들은 즉각 "교수사회를 우롱하고 고등교육을 망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또 겉으로는 학생을 앞세워 인문학 등 비인기학과를 없애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87.8%가 이번 방안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폐지 통보는 대학 내 학문의 자유를 없애는 행위로 법적 대응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측은 곧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중앙대가 파격적인 학과제 모집 폐지를 결정했지만 성공적인 제도로 정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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