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구제금융안 잇단 비판 목소리

오닐 전 재무장관 "세계경제에 재앙 부를것"<br>소로스 회장 "시장에 대한 잘못된 접근"

미국의 구제금융안이 위기에 빠진 월가를 구원하는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인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이 상원을 거쳐 하원을 통과하면 이 법안은 10일 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곧바로 시행된다. 문제는 이 정도로 중병을 앓기 시작한 월가가 치유될 것이냐는 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법이 금융위기를 몰고 온 모기지 부실자산을 해소시켜 금융시장의 급한 불을 끄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전이돼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와 이에 따른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 도래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7,000억달러에 이르는 미 정부의 구제금융안은 미친(crazy) 짓”이라고 강력히 비난한 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뿐 아니라 나머지 세계경제 전체에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1~2002년 부시 대통령의 1기 첫 경제수장이었던 그는 “이번 구제안이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 개입을 만성화시킨다는 점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나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닐 전 장관의 반대 입장은 9월29일 하원 표결에서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들의 입장과 ‘월가 귀족’들을 서민들의 세금으로 구원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 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닐 전 장관은 “부실자산을 정부가 일괄 인수하는 현재의 방안보다 정부의 지급보증을 확대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월가의 대표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도 이번 구제금융안이 시장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그 역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제안대로 은행의 부실을 사들이는 대신 은행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이번 법안은 잘못된 발상에 기초한 것이거나 발상이라고 할 만한 것조차 못 된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소로스 회장은 아예 은행 국유화 조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재무부가 부실 금융채권을 인수하는 것보다 부실은행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1990년대 초 역내 금융위기 때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충고했다. 이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 일부 경제학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 부실 해소의 최종 열쇠는 역시 주택시장 회복 여부에 달렸다고 분석되고 있다. 라이트슨ICA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 크랜덜은 “모기지 관련 자산의 구제가 즉각적인 만병통치약은 되지 않겠지만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첫 노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적어도 이번 구제책이 경제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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