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분간 망설이다가 창하오는 41로 물러서고 말았다. 참으로 뼈아픈 굴복이지만 달리 반발할 도리가 없었다. 참고도의 흑1로 차단하면 백이 2로 가만히 올라서는 수가 날카롭다. 흑3으로 잇지 않을 수 없을 때 백4로 요석 3점이 떨어지는 것이다.
백44로 먼저 걸치게 되어서는 바둑이 완연한 백의 페이스였다. 흑45는 일단 난전으로 몰고가겠다는 착점. 평범하게 흑1로 받는 것은 백이 2, 4로 두기만 해도 흑은 덤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협공의 칼을 먼저 뽑아든 쪽은 흑이었지만 백50의 역협공이 놓이자 백보다 흑이 다급해 보인다. 51, 53으로 허겁지겁 도망치지 않을 수 없는데 사방에 근심거리가 별로 없는 백은 58로 실속을 차리고 본다.
“일단 박영훈이 연승상금을 확보할 것 같지?”
검토실의 강철민 단장이 김승준7단에게 묻자 김승준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흐름상으로는 그래요. 하지만 창하오가 최근에 펀치가 많이 강해졌더라구요.”
“후후후. 만약 창하오까지 지면 일본의 작전에 이어 중국의 작전까지 저절로 무너지게 되겠군.”
일본이 최강인 왕리청을 1번타자로 내세웠다가 실패한 것을 환기시킨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