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PEF 경영시대] <하> 모험자본의 아이콘을 향해

미래 먹거리 제시… 국내외 상장… PEF, 중기·벤처 기업가치 키운다

기존 주주와 공동경영, 중소·중견기업 신망 높아져

PEF 직접 경영참여로 가업승계 불확실성 해소도

10명 미만 소형사 난립… 획일적 투자방식 등은 문제


'기업 사냥꾼' 이미지가 강했던 사모펀드(PEF)가 중소·벤처기업들의 동반자로서 성장잠재력이 약해진 경제 전반에 활력소 역할도 하고 있다. PEF의 역량이 커지면서 10년 전 도입 초기 '얼마나 싸게 사느냐'는 목표가 '어떻게, 얼마나 기업가치를 높이느냐'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PEF는 회사 인수 후 전문경영인 등 검증된 인재를 영입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과 판매처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신망도 높아지고 있다. 단순 인력감축과 주요 자산 매각을 통한 '먹튀 자본'이라는 비판을 뒤로 하고 PEF가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키워 국내외 증시에 상장, '윈-윈(Win-Win)'하는 모험자본의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스마트폰용 부품업체 넥스콘테크놀러지의 지분 68.4%를 인수한 유니슨캐피탈은 기존 최대주주도 지분을 31% 남기며 공동 경영체제를 가동했다. 경영 안정성을 기한 유니슨캐피탈은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판매처를 확대해나갔다. 아울러 경쟁사인 파나소닉의 자회사 산요전파를 지난해 인수해 해외 진출까지 성공시켜 넥스톤은 유니슨캐피탈 인수 2~3년 만에 평균 매출이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임석정 CVC캐피털파트너스 한국 회장은 "PEF가 기업 인수 후 기존 주주와 공동경영에 관심을 높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안정성을 높이면서 PEF의 경영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 등을 결합해 기업 가치를 몇 단계 끌어올려 함께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기업 설립 초 과감한 투자로 회사를 성장시켜 과실을 함께 나눈 PEF 운용사도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엑세스바이오(950130)의 국제 공인 특허기술 등을 일찌감치 파악해 2011년 125억원을 투자한 후 지난해 5월 코스닥 상장까지 이끌었다. 스틱은 올해 6월 투자 5년 만에 540억여원을 회수했으며 엑세스바이오 시가총액은 2,7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앤컴퍼니도 2011년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제조사 코웰이홀딩스를 인수한 뒤 상장폐지를 통해 외부의 경영간섭을 최소화한 뒤 대규모 설비투자를 실시했다. 한앤컴퍼니 인수 당시 3,200억원 수준이던 코웰이홀딩스의 매출은 3년 만에 9,7778억원으로 증가하며 올 3월 말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한앤컴퍼니의 보유지분 가치 역시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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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대 PEF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퀴티(PE)가 국내 1위 골판지 포장업체인 태림포장(011280)을 인수한 데도 PEF의 경영능력과 향후 기업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40여년간 태림을 일군 창업주는 회사 상속과정에서 지분 감소와 경쟁력 하락을 우려, 회사를 팔기로 하고 인수 대상자를 물색하다 가장 적합한 곳으로 IMM PE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자식 같은 회사를 PEF에 넘긴 셈인데 IMM PE가 태림포장을 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는 결단이었다.

LK투자파트너스가 지난 6월 요진건설 2대 주주에 오른 것도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고(故) 정지국 회장 유가족이 LK를 믿고 지분을 넘기면서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오너 경영을 유지하려면 세금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아 회사 경영을 믿고 맡기면서 제대로 가치 평가를 해 줄 수 있는 PEF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인수 후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많아 적극 검토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PEF 운영사들이 성공 사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H&Q코리아가 인수한 에스콰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기업 경영이 만만치만은 현실에서 중소 PEF 운영사들이 난립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투자은행(IB)업계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김종훈 이큐파트너스 대표는 "인력이 10명도 안 되는 소형 PEF가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 리스크 관리나 인수 후 경영 등 사후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운용사의 역량 부재가 업계 전체의 문제로 인식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획일적 투자방식 및 구조 역시 극복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대학원장은 "PEF가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내적 역량은 아직 미흡하다"며 "유명 PEF조차 자신만의 투자철학은 없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바이아웃(Buyout)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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