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GM, 투자금 5배 '단물' 빼먹고 정상화 '나몰라라'

[GM대우 '제2 쌍용차'되나] 채권단 자금지원 요구에도 뒷짐<br>'생색내기 수준' 유상증자에 그쳐<br>하청기지화 우려도 갈수록 커져<br>'먹튀' 상하이車와 행보 판박이



최근 GM대우가 제2의 쌍용자동차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GM이 투자자본의 5배가량을 회수해놓고도 GM대우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지원에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경영 개선 방안을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GM이 GM대우 생산기지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과연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된 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GM, 투자금의 5배가량 이미 회수=GM의 대우차 인수자금은 4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4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분구조는 GM이 67%, 채권단이 33%로 채권단의 지분이 GM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4억달러 중 2억달러만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였고 나머지 12억달러는 의결권이 없는 상환우선주를 받아 지분구조가 왜곡됐던 것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우차를 서둘러 매각하려다 보니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계약을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GM은 신차 개발에 따른 라이선스(지적재산권)와 배당금 지급 등을 통해 2조원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차를 인수하고 매년 2,000억원 이상을 미국 본사로 가져간 것이다. 반면 산업ㆍ우리ㆍ외환ㆍ신한ㆍ국민ㆍ하나은행 등 국내 채권단은 3만여주의 우선주 배당과 80억원가량의 현금배당만 받았을 뿐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쌍용차에서 손을 뗀 중국 상하이차처럼 미국 GM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다면 이는 분명히 '먹튀(먹고 튀기) 자본'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쥐꼬리만 한 유상증자=지난해 10월 GM은 GM대우에 대해 4,912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채권단은 증자 규모를 8,000억~9,00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GM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산업은행ㆍ상하이자동차ㆍ스즈키자동차 등 다른 주주들은 유상증자 규모가 GM대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GM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유상증자에 불참했다. 당시 닉 라일리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 증자는 GM의 글로벌 사업영역에서 한국의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크게 인정한 사례"라고 자평했지만 채권단은 '생색내기용' 증자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GM은 유상증자 가격을 주당 3,019원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불합리한 가격이었으며 증자 규모도 너무 작았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로 GM의 지분이 기존 50.9%에서 70.1%로 늘어난 반면 산업은행은 27.9%에서 17.0%로, 스즈키자동차는 11.2%에서 6.8%로, 상하이자동차는 9.9%에서 6.0%로 줄어들었다. ◇대주주 책임 회피하고 손만 벌려=국내 채권단이 그동안 GM대우에 투입한 자금은 모두 26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GM은 인수자금 4억달러, 유상증자 대금 4억달러 등 8억달러에 불과하다. 금융계에서는 GM이 GM대우의 대주주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채권단과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GM은 경영 잘못으로 GM대우에 2조7,000억원의 환헤지 손실을 입혔지만 별다른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산업은행에 1조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GM이 막무가내인 이유는 한국 정부와 채권단이 대량 실업과 하청업체의 도산을 우려해 결국 GM대우에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최소 5년간 국내 생산물량 보장, 개발 차의 라이선스 보장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추가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GM대우, 하청기지화 우려=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GM 본사가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소형차 생산기지를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GM대우 생산물량과 생산기지 확보에 대한 약속이 전제되지 않으면 GM대우가 하청기지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산은의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M이 GM대우 생산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단물만 빼먹고 달아난 전철을 GM이 밟고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GM은 중국 상하이차와 인도에 소형차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발표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상하이차가 인도 소형차시장에서 판매물량을 늘릴 경우 GM대우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GM이 소형차 생산을 인도는 물론 중국 등으로 크게 확대할 경우 GM대우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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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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