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환율에 막혀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엔저·원고뿐 아니라 신흥국 통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대의 매출액 달성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지난 2013년보다 9.2%나 떨어졌다.
현대차는 올해 '아반떼'와 '투싼'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볼륨 신차를 통해 이 같은 경영환경 악화를 극복하는 한편 배당금을 주당 3,000원까지 늘리는 등 주주친화 정책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2014년도 경영 실적 발표회를 열고 글로벌 판매량 496만1,877대, 매출액 89조2,563억원, 영업이익 7조 5,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대비 판매와 매출이 각각 4.8%, 2.2%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9.2% 하락한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0년(5조9,185억원)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역시 2013년 9.5%에서 지난해 8.5%로 뒷걸음질쳤다.
현대차는 이 같은 실적 하락의 첫 번째 요인으로 환율 불안을 지목했다. 지난해에는 기존의 원고·엔저 현상에 더해 러시아 루블화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까지 폭락하면서 실적을 갉아먹었다는 분석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쏘나타의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3.8%나 떨어지는 등 비우호적인 환율 여건 탓에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선두 업체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한 도요타와 폭스바겐그룹, 제네럴모터스(GM) 등 '빅 3'의 약진도 현대차 실적 하락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국내 공장의 생산 차질 역시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는 올 한 해 볼륨 모델의 과감한 신차 출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각오다. 볼륨 모델이란 오랜 기간 꾸준한 판매량으로 회사의 실적 상승에 기여하면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은 차를 뜻한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카인 투싼과 아반떼 신차는 각각 상반기, 하반기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한전 부지 매입 이후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는 주식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주주 친화정책도 내놓았다.
이원희 재경본부장(사장)은 "보통주 기준으로 주당 1,950원이었던 배당금을 54% 늘린 3,000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오는 3월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배당 성향은 6.2%에서 11.1%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배당률과 배당금 총액은 각각 1.7%, 8,173억원이다.
이 본부장은 "올해부터는 중간배당도 검토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평균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