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콩경제는 추락 왕따?

아시아의 진주, 예전의 명성은 어디로? 최근 세계 많은 지역에서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홍콩 경제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19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용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가격마저 폭락,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을 주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고용상황ㆍ부동산시장 최악=가장 큰 문제는 우선 실업이다. 지난 5~7월간 홍콩 실업률은 8.7%로 4~6월의 8.6%에 비해 0.1% 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악이다. 헨리 탕 재정부총리가 사스(SARS: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피해가 극에 달했던 때란 점을 부각시키며 최악의 상황이란 점을 애써 축소하려 하고 있지만 결국 경기 침체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또 금융이나 물류 등 자본집약적 산업 보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용시장 개선 가능성을 요원케 하고 있다.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선 심지어 “일자리 찾는 게 일”이란 자조 섞인 유행어까지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서민 경제의 버팀목인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저성장과 아파트 과잉공급으로 올들어서만 10%, 97년에 비해서는 무려 70% 가량 폭락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나면서 제자리를 찾는 데 10년 이상 걸렸던 80년대 말 영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실채권 문제 심화=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택 담보대출 금액이 주택 가격을 초과하는 `부(-)의 자산화(Negative Equity)`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6월말 현재 홍콩내 부의 자산화 건수는 총 10만6,000건으로 석달전 8만3,000건에 비해 2만건 이상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부의 자산화 비율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5~3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의 자산화로 헐값에 나오는 매물이 많아져 결국 부동산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개인파산과 이에 따른 은행권 부실채권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어 구조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한편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매출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고육책이란 빈축을 사고 있다. 민간경제가 급격히 냉각된 상황에서 매출세는 결국 물가상승→소비위축→매출감소→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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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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