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 급등구매관리협 지수 급등… 서비스업 호황진입 징후
뉴욕 증시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경기 침체가 조만간 끝나고 경기확장기로 돌입할 것이라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증시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대규모 유동성이 한꺼번에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그들은 경제 상황이나 전쟁 이후 국제정세의 불투명성을 감안할 때 현재의 주가는 과열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과거 인터넷 거품처럼 투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
뉴욕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는 이유는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자신감이다.
이날 주가 상승의 결정적 동인이 된 전미구매자관리협회(NAPM)의 비제조업 지수는 서비스 업종이 이미 경기 확장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이 지수는 지난 11월에 51.3으로 10월의 40.6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인 43을 훨씬 초과했다.
상승폭도 중요하지만 이 지수는 테러 이후 최악의 침체를 맞았던 서비스 산업이 2개월 사이에 호황기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NAPM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일 경우 경기 확장, 그 이하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또 스티븐 위팅 살로먼 스미스바니 이코노미스트이 그동안 뉴욕증시 전망을 하향조정했던 경향을 뒤집고 2년 만에 처음으로 상향조정한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큰 임팩트를 줬다.
위팅은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 수익은 하락하지만 그 이후 강력한 힘을 동반,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며 오는 2003년과 2004년에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미국 경제가 내년에 회복될 것이라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무이자 할부 판매 덕분에 10월에 이어 11월에도 8%의 상승세를 지속했고 내구재 주문량도 전쟁물자 주문에 힘입어 지난달에 12.8% 늘었다. NAPM 제조업 지수는 11월에 44.5로 10월의 39.8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 과열 우려
주가가 짧은 시간에 급상승하고 일부 종목에서는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주가 급상승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 사이의 전략적 제휴 협상도 기술주 급등을 초래했다.
9월 저점 이후 ▲ 인텔 79% ▲ EMC 63% ▲ Q로직 176% 등으로 급상승했다. 루 답스CNN 방송 앵커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5년 전에 말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회의론자들은 일부 기업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사실로 전체 기업 수익이 회복되고 있는 양 주식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포드 자동차의 경우 지난 2개월 동안 판매가 급신장했지만 이번 분기에 수익이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이자 할부는 자동차 메이커가 대당 2,000~3,000달러의 손해를 보는 장사기 때문이다. 지난달 해고자수는 10월에 비해 다수 줄었지만 여전히 실업자가 증가, 소비 위축의 요인이 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끝나가지만 중동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아르헨티나의 디폴트가 시간문제로 다가오는 상황에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