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5 지방자치단체장 재ㆍ보선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와 한나라당ㆍ민주당 등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여당은 강력한 지지기반 이었던 호남과 수도권에서도 완전한 패배를 당했다. 총선이 끝난 지 겨우 50여일 만에 민심이 하늘과 땅이 뒤바뀔 정도로 확 달라진 것이다. 민심은 천심인 만큼 여당은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당의 참패는 경제 살리기를 외면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투표일이 토요일이고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 등을 들기도 한다. 지역살림을 맡길 사람을 뽑는 지방선거에 정치적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핑계일 뿐이다. 각 당의 지도부가 총동원해 뛰고, 노무현 대통령의 특정인 총리지명 움직임도 특정지역의 선거를 위한 것임이 분명한데도 이제 와서 의미를 두지 말자고 한다면 웃기는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 살리기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을 해왔지만 이를 실천하는데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당은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국민들은 과반수를 당선시켜주는 것으로 호응했다. 선거가 끝나고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보여준 행보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대통령의 재벌총수와 간담회 및 노사정 토론회, 여당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제안 등 몇몇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90% 이상이 경제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개혁저지를 위해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경제인식, 정책에 대한 여당ㆍ내각ㆍ청와대간의 엇박자, 상생을 외치면서도 여전히 편을 가르고 내편만 옳다는 독선적 발언과 태도, 여권 지도부 인사의 입각과 총리지명을 둘러싼 권력다툼 모습 등은 국민들을 한숨짓게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경제상황에 대한 안이한 인식’ 등을 이유로 대통령 심판론을 내세운 데 대해 ‘공천에 의견도 못 냈는데 왜 내가 심판 받는다는 것인지 억울하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또 선거가 끝나자 여권 일부 인사들은 지방선거 결과와 대통령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등으로 정치적 충격을 애써 축소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민심이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항이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여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열린 총선승리 자축연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춘향전의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 노래 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 소리 높다)라는 구절로 빗대지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와 여당은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