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공항 폭탄테러, 이제는 냄새로 잡는다

성분 10억분의 1g만 섞여도 확인<br>美社 휴대형 폭발물 탐지기 개발<br>질산암모늄 등 모든 폭발물 식별<br>마약 탐지기 역할도 겸할수 있어


폭발물 냄새 탐지기는 철저히 밀봉된 소량의 폭발물도 정확히 찾아낸다

항공기 테러리스트와 공항 보안담당자와의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창과 방패의 싸움과도 비견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지루한 공방 끝에 보안요원에게 완벽한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신무기가 개발됐다. 현재 전세계의 모든 공항에는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금속탐지기, X레이 투시기에 더해 최근에는 알몸투시기로 불리는 전신검색기까지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같은 2중 3중의 보안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공항과 항공기의 안전성을 100% 신뢰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미국을 경악시킨 디트로이트행 항공기 테러 미수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테러범은 군용 고성능 폭발물인 펜타에리트리올(PETN) 분말 80g을 속옷에 숨기는 단순한(?) 방법으로 첨단 보안장치들의 장막을 뚫고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1나노그램의 폭탄냄새 탐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스펙트라플루이딕스사는 이렇듯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폭탄 테러로부터 공항과 항공기를 지켜줄 혁신적인 무기개발에 성공했다. 냄새만으로 폭발물의 존재를 정확히 찾아내는 휴대형 폭발물 탐지기가 그것이다. 지금껏 공항의 폭발물 탐색은 주로 금속탐지기와 보안담당자의 육안검색에 의존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테러범처럼 PETN 등 분말이나 액체로 된 폭발물을 소량 숨겨 반입할 경우 사전 첩보가 없다면 적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스펙트라플루이딕스의 폭발물냄새 탐지기는 이러한 보안상의 허점을 완벽히 메워줄 수 있는 장치다. 모든 폭발물은 아무리 철저히 밀봉하더라도 공기 중에 극미량의 화학물질을 누출하게 되는데 탐지기에 내장된 센서 칩이 이를 탐지해 폭탄을 찾아내는 것. 이에 따라 소량의 폭발물이라도 탐기지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 장치의 최대 특징은 단연 민감한 후각능력. 탐지능력이 고도로 훈련된 폭발물 탐지견을 능가하는 1나노그램급이다. 공기 중에 화학물질이 10억분의 1g만 섞여 있어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폭발물 탐지는 수상한 사람이나 물건의 주변 공기를 흡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공기는 곧바로 유체 센서 칩으로 보내져 미세한 수로(水路)를 통과하게 되며 이때 화학물질 분자가 용해돼 금속 나노입자에 흡착된다. 여기에 레이저를 쏘면 입자가 진동, 화학물질 고유의 스펙트럼이 발산되는데 내장 컴퓨터가 이 빛을 폭발물을 구성하는 화학물질 데이터와 비교, 대조한다. 그 결과 폭발물의 스펙트럼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즉각 경보가 울려 폭발물의 존재를 알려주는 형태다. 마약탐지기도 겸할 수 있어 제조사에 따르면 이를 통해 PETNㆍ질산암모늄ㆍ니트로글리세린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폭발물이 탐지된다. 강력한 탐지능력에 힘입어 성냥ㆍ화약 등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들도 모조리 찾아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폭발물탐지견은 기후나 건강상태에 따라 탐지능력에 큰 편차를 보이지만 이 탐지기는 그럴 염려가 전혀 없다. 또한 사용자가 원한다면 폭발물에 더해 마약탐지기 역할도 할 수 있다. 마약류 역시 주성분이 화학물질이기 때문으로 코카인ㆍ필로폰 등의 스펙트럼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만 하면 된다. 이 장치 하나면 누구나 무결점 공항 보안요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스펙트라플루이딕스는 미 육군의 지원을 받아 탐지기 성능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 미국 내 공항의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교통안전청(TSA)과 현장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TSA 테스트가 성공리에 완료되면 음주측정을 하는 교통경찰관처럼 폭발물냄새 탐지기를 들고 공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냄새 수집에 열을 올리는 공항 보안요원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대당 가격이 5만달러나 되지만 폭탄 테러 한번으로 입을 수 있는 인적ㆍ물적 피해를 감안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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