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대통령과 검사들의 공개대화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번 대화를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또 검사들이 대통령의 청탁의혹을 거론하는 등 거침없이 비판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면서도 양측이 자기 주장만을 되풀이해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토론이 `아마추어 수준`이라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평가 엇갈려=대통령과 평검사들이 검찰의 인사권 이관 요구 등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갑론을박` 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시민들은 평검사들의 입장이 일부 이해된다면서도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한 직장인은 “대통령과 법무장관을 비꼬면서 피의자 신문하듯 한 검사들의 태도에 경악했다”며 “검찰 중립성을 해쳐온 간부 검사들을 퇴출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인사방침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밀실인사`로 몰아붙인 것은 억지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검찰지휘부와 부장검사ㆍ평검사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따로 구성하되 당사자들의 참여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라면서도 “당장 개혁성향 인사로 인사위를 구성해 인사를 단행하지 못하는 속사정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사업국장은 “이번 토론을 통해 검찰개혁의 기본 원칙에 대한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입장이 같은 것을 확인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훨씬 더 깊어진 것 같다”며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그 동안 검찰의 항명처럼 보였던 부분에 대해서도 상호간 오해가 풀린 만큼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국민들이 이를 감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노 대통령과 검사들의 개혁에 대한 근본적 인식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고 이제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평검사들이 이번 인사에 대해 언급 하기 보다는 구체적 개혁내용을 제시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꼬리 잡기에 실망`=시민들은 평감사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대통령의 발언이 생방송으로 전달되자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김명철씨(32ㆍ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검사들이 국가의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 검사들이 대통령과 장관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고 노 대통령도 격앙된 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자 실망감을 나타냈다. 서울대 법대 정긍식 부학장은 “평검사들이 대통령과 장관에게 검찰의 고충을 공개적으로 전달한 것은 `참여정부`란 슬로건과도 일치하는 긍정적 사건”이라면서도 “양측 모두 서로의 말꼬리를 잡고 일방적인 주장이 오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상철씨(38ㆍ전북 군산시)는 “평검사들이 대통령을 비꼬거나 인신공격을 하고, 대통령도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며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토론회인 만큼 좀 더 성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임웅재기자,전용호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