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매크로펀드 수난시대

"주식 투자안해 수익률 높일 기회 놓쳤다"

엔화·유로화 약세 예상 빗나가

상반기 평균수익률 1.1% 그쳐

브레번하워드 10년만에 첫 손실


거시경제의 방향을 예측한 투자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매크로 헤지펀드'들이 죽을 쑤고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전망을 오판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상반기 전세계 매크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1%(수수료 제외)에 불과했으며 유명 매크로 헤지펀드들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이 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주식 및 채권에 직접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보다 훨씬 부진한 수준이다.


포브스가 지난해 세계 40대 부호로 선정한 앨런 하워드가 이끄는 세계 최대 매크로 펀드 '브레번하워드(자산규모 260억달러)'는 올 상반기 -4%의 수익률을 기록해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손실이 나지 않았다는 자존심에 금이 갔다. 다른 스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이끄는 '무어캐피털' '캑스턴' '튜더' 등 매크로 헤지펀드들도 줄줄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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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트렌드를 잘못 읽은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지만 대부분의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아 수익률을 높일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경제 펀더멘털과 디커플링(비동조화)되면서 환율 및 금리가 예측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매크로 펀드들은 일본 엔화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해 초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손실을 봤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디스인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비정통적 통화정책을 채택함에 따라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베팅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매크로 펀드의 특성상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펀드 수익이 극대화되는데 최근 자산의 변동성이 낮아진 것도 저조한 성적의 한 원인이 됐다.

FT는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0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종료할 경우 금융시장이 경제 펀더멘털과 재차 동조화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크로 펀드들이 수익을 낼 것이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투자가인 GAM의 앤서니 롤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앞으로 금융시장이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고 중앙은행이 이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매크로 펀드들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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