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단기국채 발행할 때 아니다

1년 이하 단기국채를 발행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여러모로 우려를 자아낸다.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국채발행 한도를 '총량'에서 '순증' 기준으로 바꿔 단기국채 발행을 용이하게 하려는 모양이지만 이는 철저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단기국채는 물론 순기능이 있다. 차환 용도로만 사용하면 나랏빚 상환에 따른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단기국채는 중장기에 비해 금리가 낮다. 돌려막기용이어서 국채의 발행 총량은 증가하지만 나랏빚 자체는 늘지 않는다. 최근 문제가 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대체하는 단기 지표금리의 선택폭도 넓어진다. 요컨대 단기국채 발행을 통해 정부 재정운용상의 편의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점들이 따른다. 무엇보다 정부 외채구조 단기화로 대외신인도에 부작용을 일으킨다. 대내외 건전성 제고를 위해 단기외채를 중장기 중심으로 전환해나가겠다고 한 기존 정책에도 역행한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금리왜곡, 외환시장 교란 같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가중되는 것도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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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발행 한도를 굳이 '총량'에서 '순증' 기준으로 바꾸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국채발행 한도는 해마다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만기선택은 오롯이 정부 재량이다. 이 같은 시스템에서 그동안 단기국채를 발행하지 않은 것은 외채관리의 어려움과 외채구조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의 협조체계가 유기적으로 잘 이뤄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단기국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국채를 포함한 단기채권의 발행 총량이 늘어나 채권 가격이 내려가고 반대로 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91일짜리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는 한은으로서는 이자부담 증가는 물론 통화정책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인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거시 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위태로운 국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알 수 없는 마당에 단기국채 발행으로 국가 리스크를 높일 이유가 없다. 혹시 차환용 단기국채를 마구 찍어내야 할 정도로 만기도래 국채 물량이 몰려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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