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경찰서 과학수사팀의 김재원(32) 경위와 그의 남편인 서울법의학연구소 소속 법의학자 강태훈(36)씨가 주인공이다.
그들이 처음 만난 곳은 변사체를 확인하러 간 한 대학병원이다. 지난 2004년 경찰대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과학수사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김 경위는 그때만 해도 '말수 없는 법의학자' 강씨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병원에 접수된 타살 의심 변사체를 보고 정밀분석을 위해 현장으로 함께 출동했다. 김 경위가 피투성이 현장을 보고 곧장 추가 인력을 요청했고 사람들이 올 때까지 강씨와 대기했다.
2시간 남짓 당시 현장에서 찍은 사진에 대한 의견, 각자 경험했던 다른 사건현장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하는 일이 비슷하다 보니 말이 잘 통했다.
그러다 문득 강씨가 김 경위에게 "저 용산서 근처에 사는데 주변에 맛있는 식당 없나요?"라고 물었고 이후 두 사람은 현장이 아닌 곳에서도 매일 만나는 사이가 됐다. 일 때문에 주고받던 형식적인 문자메시지도 어느새 사적인 대화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결혼했다. 경찰 과학수사 요원과 법의학자가 결혼한 경우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남다른 일을 하는 두 사람인 만큼 연애 과정도 남달랐다. 김 경위는 "한번은 둘 다 비번인 날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한강에서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연락이 와 약속을 취소하고 나갔더니 남편도 이미 와 있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들은 결혼식 이틀 전까지도 현장에 나가 시신을 확인해야 했다. 요즘 김 경위는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하고 격려하는 남편 덕에 더 힘이 난다. 김 경위도 선망하던 법의학 분야에 몸담은 남편을 존중한다. 순천향대에서 법과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김 경위는 앞으로 공부를 계속해 과학수사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다. 그는 "남편도 서울대에서 법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둘 다 열심히 공부해서 주례 선생님 말씀처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커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