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가 개막됐지만 잇따른 유럽발 악재로 증시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밀려났다. 미국의 쇼핑시즌은 당초 최근 암울한 증시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유일한 호재거리로 평가 받았지만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던 정보기술(IT), 자동차주 등까지 줄줄이 하락하는 등 시즌 초반의 증시 영향은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문제로 주식시장이 반등을 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쇼핑시즌이 이제 시작한 매출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66포인트(1.04%) 하락한 1,776.40에 장을 마쳤다. 장 시작부터 0.84% 내린 채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단 한 차례도 상승 전환하지 못한 채 끝마쳤다. 코스닥지수도 9.93포인트(2.03%)나 떨어지며 지난 10월20일(469.98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하락을 주도한 것은 3,648억원을 순매도 한 외국인투자자였다. 외국인들은 최근 7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 이달 들어서만 무려 3조2,866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반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은 각각 362억원, 3,021억원어치씩을 사들여 추가 하락을 막았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를 부채질한 것은 역시 유로존 위기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지난 24일 포르투갈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 수정한 데 이어 무디스도 이날 헝가리 신용등급을 ‘Ba1’으로 한 단계 하향 수정하고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또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일본에 대해 국가신용등급 추가 강등을 경고했으며 지난 24일엔 피치가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 논의가 또다시 불발되면서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무려 7% 안팎까지 치솟았다는 소식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줬다. 곪아 있던 유럽발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주식시장 분위기 반전 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도 맥을 추지 못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당초‘블랙프라이데이’ 이후 소비모멘텀이 형성되면서 악재 속에 빠져 있는 국내 증시도 반등을 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이날부터 미국은 본격적인 연말 세일시즌에 진입하게 된다 미국 쇼핑시즌의 최대 수혜주로 지목되던 ITㆍ자동차주들은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속에 오히려 줄줄이 급락했다. 기아차가 4.62% 내린 것을 비롯해 현대차(3.25%), 현대모비스(-2.53%), 현대위아(-1.25%), 쌍용차(-1.12%) 등 대다수 자동차주들은 코스피 하락률을 밑돌았고, 운수장비업종은 2.77% 내려 이날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IT업체들도 삼성전자(0.42%)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기가 3.47% 하락한 것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2.95%), 하이닉스(-1.81%), 삼성SDI(-0.41%) 등 상당수 대형 업체들이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운수장비업종과 전기ㆍ전자업종을 각각 558억원, 672억원씩 팔아치우며 차익매도에 나섰다. 증시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쇼핑시즌 효과가 증시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 소비가 살아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수혜업종에 따라서 충분히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매출 추이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 문제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임에도 당분간 미국 증시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그러나 코스피가 최근 7년 연속 연말 쇼핑시즌에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쇼핑시즌 동안 IT 등 수혜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현 증시는 상승모멘텀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제 미국 쇼핑시즌 자체가 전체 증시 분위기를 좌지우지하진 못할 것”이라며 “다만 일부 업종에 따라서는 매출 추이에 따라 기대를 가져볼 만 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