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특허법의 빈틈을 이용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입니다."(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세세한 기능 하나하나를 모방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디자인하는 방법이 하나뿐이라는 것은 모순입니다."(애플)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본안소송 최후 변론에서도 한치 양보 없는 공방전을 펼쳤다. 양측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배심원들을 상대로 특허권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2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린 최후 변론에서 10명의 배심원을 상대로 막바지 설득에 나섰다. 이날 애플 측 변호인단으로 나선 헤럴드 맥켈리니 변호사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영상과 잡지에 실린 아이폰 사진 등을 배심원에게 보여주면서 "스마트폰 디자인에서는 창조성이 중요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모든 것을 배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애플은 아이폰을 개발하는 데 4년이 걸렸지만 삼성전자는 단지 아이폰의 디자인을 모방해 단시일에 스마트폰을 만들었다"며 "3개월 동안 밤낮 없이 개발에 매달려 독자적으로 스마트폰을 개발했다는 삼성전자의 설명을 잘 판단해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애플이 특허권을 앞세워 시장 경쟁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며 공세를 펼쳤다. 삼성전자 측 찰스 버호벤 변호사는 "애플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법원 시스템의 경쟁력에 더 주력하고 있다"며 "만일 애플의 손을 들어준다면 앞으로는 이 나라에서 기업이 경쟁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호벤 변호사는 이어 "스마트폰 제조사는 항상 경쟁 업체의 제품을 염두에 두고 신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어떤 디자인이든 유사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각양각색이었던 TV 디자인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슷한 모양을 가지게 된 것처럼 휴대폰도 기술의 변화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후 변론을 마치면서 이번 소송의 결과는 배심원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배심원들은 현지시각으로 22일 오전 9시(한국시간 23일 오전 1시) 본격적으로 평의에 돌입해 이르면 24일 최종 평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평결에 합의해야 하는 데다 평결 항목도 36가지에 달해 실제 평결은 더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배심원 평결이 나오더라도 양사가 즉시 이의를 제기하면 배심원 추가 토의에 돌입할 수도 있어 최종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소송이 열리는 데다 상대적으로 미국 법원이 디자인 특허에 관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에게 다소 유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일부 침해했지만 애플이 입은 피해 역시 미미하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배심원단 재판의 특성상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