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실시되지 않을 땐 모든 권력과 집행권이 중앙에 집중되어 지역의 욕구는 외면된 채 정부의 일방통행적인 하달식의 행정이었다.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되고 중앙의 지시공문 한 장으로 도시나 농어촌 구분없이 일률적·획일적인 정책이 펼쳐졌던 것이다. 도시는 도시대로의 여건과 특성이 있고 농촌은 농촌대로, 어촌은 어촌대로 주민정서가 다르며 각기 나름대로의 다양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경향이 많았다. 일례로 도로의 구조물이나 간판규격 현수막의 문장까지도 천편일률적으로 같으니 다른 행정시책은 말할것도 없었다. 이러한 행정은 60~70년대 초까지의 개발초기에 밀어붙이기, 관주도의 끌어 올리기식 행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언정 지금은 아니다.이제 지방행정은 기초기반행정에서 주민생활행정·주민복지행정·주민자치행정으로 변모하여 주민 스스로가 생활의 질을 높여 나가고 있다. 행정의 주인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주민이라는 자각에 의해 주민자치권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민들에 의해 자치단체장이 선출되므로 집행기관에 대한 일차적 자치권과 감독권을 갖게 되고 이차적으로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여 의회기능을 통해 감독 및 감시와 견제하는 참여권을 갖는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출을 통해 구정에 대한 참정권을 행사하므로 지방자치의 완성은 곧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과제가 지방특화(地方特化)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이던 통제행정에서 벗어나 지역특성과 개발여건, 문화적 배경 등을 감안하여 그 지역이 내세울 만한 것들을 특화시키고 개별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일류화하여 세계와 경쟁하면서 지방화를 세계화로 연결할 때 지방자치는 올바르게 정착될 것이다. 따라서 그 지방과 여건이 맞는 세계 여러나라와 산업·문화·기술 등의 교류를 확대하고 자매결연이나 상호방문 등을 통해 배우고 받아들이고 또 내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GLOCALIZATION」이란 신조어로 「GLOBALIZATION」에 「LOCALIZATION」을 연결시킨 의미다. 「사고는 세계화로, 행동은 지방화로(THINK GLOBAL, ACT LOCAL)」가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지방화는 지방자치의 시대며 곧 시민의 시대이고 지역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종래의 획일화와 통제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 지방의 특성에 맞는 지방특화의 시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정영섭 광진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