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4-2. 아파트, 공동체문화 복원 선도자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선정한 20세기 한국의 10대 상품 중 하나로 아파트가 꼽혔다. 대도시의 경우 8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아파트는 주거양식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아파트는 또 주거형태 뿐 아니라 공동체 문화 복원의 선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파트 공동체 모델을 그려 나가는 것은 도시 공동체의 새 유형을 제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현천(옛 참여연대 아파트공동체연구소 부소장)씨는 `아파트 공동체운동`이란 논문에서 “아파트 공동체운동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지방자치의 발전과 더불어 도시공동체 운동의 중추적 역학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공동체 운동이 아파트에서 정착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변화 역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주영 대진대 교수는 “공동주택의 공동체 의식 결여는 곧 지역사회의 공동체 붕괴로 이어진다”며 “아파트 공동체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 주거형태의 핵심인 아파트를 중심으로 도시 공동체 문화를 복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앙정부ㆍ지자체 역할 명확히 해라= 아파트 공동체문화 정착을 위해선 우선 공동주택 관련 법령에 대한 인식 제고가 요구된다. 현행 공동주택 관련 법령은 공동체 조성을 위한 조항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공동체 조성의 초석이 되는 입주자 대표회의 등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기본 법령 마련이 미약한 게 현실이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공동주택 관리 관련 법령을 모두 관장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교부는 공동체 조성을 위한 단지설계 지침 등 거시적 측면만 다루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정부가 모든 법령을 장악함에 따라 조례 위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중앙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 대로 아파트 공동체 조성에 대한 책무를 서로 떠 넘기고 있다. 세부적 사항 등 미시적 측면의 조항은 지방화 시대에 걸맞게 지자체의 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중심 돼야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역할 분담과 더불어 아파트 공동체 운동은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아파트 관리ㆍ감독권이 해당 시ㆍ군ㆍ구에 있는 데다 지역 특성에 맞는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목적이다. 민관합동의 공동주택 관리위원회 구성, 아파트 관리비 DB화, 공동체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 정례화, 공동체 우수 단지 선정 등 시ㆍ군ㆍ구에서 특성에 맞는 제도와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된다. 김칠준 변호사(옛 참여연대 아파트공동체 연구소 소장)는 “아파트 공동체 운동 과제의 상당 부분이 지방의회에서 다루어야 할 과제”라며 “기초단체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야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공동체에서 지역 공동체로 = 제도ㆍ행정지원과 더불어 아파트 입주민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아파트 공동체 일원인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는 한 좋은 제도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의 발달로 아파트 입주자 동호회가 꾸려지는 등 예전보단 참여의식이 높아진 것이 현실. 실제 부동산 인터넷 포털 등에는 수 많은 아파트 입주 동호회가 활동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참여의식이 그들만의 공동체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고급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 커뮤니티를 강조한 단지설계, 완벽한 사이버 구축 등으로 단지 내에선 그들만의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역 공동체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상의 아파트 공동체 역시 그들만의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동체가 지역 공동체로 육성ㆍ발전되기 위해선 현재 보편화 된 우리만의 공동체를 지역 공동체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입주민과 행정기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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