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여웅전] 축머리가 좋으므로

제2보(15~38)


구리는 언제나 유들유들하고 활력이 넘친다. 중국리그에서 이세돌과 딱 한 차례 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취재진이 짐짓 그에게 그 바둑의 결과를 묻자 구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제가 이겼죠.” 이번 바둑에 대하여 묻자 그는 똑같은 어조로 대답했다. “물론 제가 이기겠죠.” 흑19까지는 흔히 두어지는 진행이다. 초심자들이 바둑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정석 가운데 하나. 특히 빈번하게 등장했던 형태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4까지. 그런데 이 정석은 최근의 프로기사 대국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흑의 실리가 백의 그것보다 훨씬 탐탁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바둑에서는 이 진행이 절대로 안 나타날 겁니다. 우변의 흑진 모양이 너무 좋으니까요. 더구나 축머리가 백에게 좋은 터니까요.” 박정상4단의 해설이었다. 참고도1은 아마도 구리의 주문일 것이다. 박정상이 말한 축머리는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10으로 등장하는 축머리를 말하는데 지금은 축머리인 좌상귀를 백이 선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세돌은 노타임으로 실전보 20에 꼬부렸고 백30까지는 외길수순이었다. 여기서 구리는 공방의 요소인 31을 차지하고 보았는데 이게 좀 심했던 모양이다. 백38로 붙이는 급소 일격이 백의 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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