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꽂힌 대한민국] 한국은 명품업계의 '봉' 샤넬 핸드백 美 420만·韓 579만원… "값 올리면 더 잘 팔려" 한·EU FTA 발효에도 가격 낮춘 업체 극소수 불과5대 백화점 명품 매출 5년새 3배 늘어 모시기 혈안기부금은 10년간 겨우 50만원… 한국서만 유독 인색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한국이 글로벌 명품업체들의 '봉'으로 전락했다. 이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등 한국 소비자 농락이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제품인데 한국에서 가장 비싸=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10% 안팎의 관세가 철폐됐지만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힌 명품업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에르메스가 평균 5.6%, 샤넬이 3% 인하를 발표했을 뿐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나머지 업체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그나마 가격을 내린 업체들도 올 들어 본사의 전세계적인 가격 인상 방침에 따라 2차례 가격을 인상했다가 뒤늦게 FTA 관세 인하 분을 반영한다고 밝히며 '쥐꼬리 인하'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실상 국내 명품 가격의 거품은 관세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전략으로 소비자의 욕망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명품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이라면서 "같은 제품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비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샤넬의 베스트셀러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움 핸드백의 한국 판매 가격은 579만원인데 반해 일본은 523만원, 중국 556만원, 미국 420만원으로 차이가 난다. 정윤경 소비생활연구원 팀장은 "명품 가격이 지나치게 업체 중심으로 결정되면서 국산 브랜드를 비롯한 다른 브랜드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유통 질서가 왜곡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백화점의 명품 모시기로 '높아지는 콧대'= 미래에셋증권은 2005년 8,670억원이던 5대 백화점의 명품 부문 매출은 5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해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22.4%에 달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8%에서 올 상반기까지 28.25%로 1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06년 상반기와 비교해 올 상반기 명품 잡화군이 781.9%로 백화점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으며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이 172.75%, 갤러리아백화점도 120% 늘었다. 명품은 매출 뿐 아니라 브랜드의 존재 여부가 백화점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백화점들의 명품 모시기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국산 브랜드의 백화점 수수료가 30~40%인데 반해 명품 업체들의 경우 10%대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비통의 수수료율은 9.6%에 불과했고 프라다는 10.9%, 구찌는 12.4%로 나타났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입점으로 백화점의 이미지가 좌우될 정도인 현실에서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10년간 기부금 50만원' 한국에서만 유독 인색=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병은 명품업체 본사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루이비통 미국 지사가 온라인 판매금액의 15%를 기부금으로 내놓았고, 구찌는 '중국아동소년기금회'에 상당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반면 지난 10년간 프라다코리아는 단돈 50만원, 루이비통코리아는 1억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요할 정책적 근거는 없지만 해외 명품 내에 한국 시장 위상이 커짐에 따라 기업 스스로가 그에 걸 맞는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고가 정책과 낮은 수수료로 배를 채우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은 사회공헌은 커녕 매출 확대를 위해 플래그십스토어 설립과 매장 대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루이비통은 청담동 단독매장을 2개 층에서 5개 층 규모로 확대하며 구찌가 내년 초 완공 예정으로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이다. 크리스찬 디오르 역시 2013년경 청담동에 국내 첫 단독매장을 열고 페라가모는 2012~2013년 청담동 매장을 리노베이션 할 계획이다. 명품업체 관계자는"현재 전세계 명품 브랜드 매출의 20~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보다 명품 시장이 5년 가량 뒤진 한국이 얼마 안 있어 성숙기에 도달하는 것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명품에 꽂힌 대한민국] 기획 연재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