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공교육에만 맡겼단 대학 진학에 실패?

■ 학교에서 끝장내라 (이원희 지음, 중앙북스 펴냄)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연간 2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경제연구소는 30조원을 웃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한국을 사교육의 천국이라 불러도 반박할 사람은 없을 듯 싶다. 사교육에 밀려 공교육이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강남 대치동 엄마'로 대표되는 '의욕 넘치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공교육에만 맡겼다가는 대학 진학에 실패할 거라고 호들갑을 떤다. 이들에게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공교육을 최선의 교육법으로 추천했다가는 물정 모르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정말로 공교육은 빈 껍데기이고 사교육이 알짜배기일까? 서울 강남의 유명 중ㆍ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EBS에서 스타 논술 강사로 이름을 날린 저자는 이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단언한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을 뿐 아니라 이런 착각은 다양한 연구결과와 사례에서 반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평생 걸어온 인생을 돌아보면 전혀 근거 없이 하는 말은 아닌 것처럼 들린다. 다만, 사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이 워낙 강해 반론과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가 공교육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30여년 교육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바에 따르면 공교육을 무시하고 사교육에 '올인'한 학생들은 결국은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장 일시적인 성과는 있을지 몰라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과 방법을 체득하지 못한 학생은 길게 갈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신념이다. 그는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서울대 의대를 거쳐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앨버트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근무하는 제자를 '증인'으로 세웠다. 필자는 "이 학생이 자랑스러운 이유는 좋은 대학에 좋은 성적으로 진학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교육이 끌어낼 수 있는 성과와 잠재력의 극대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그는 과외나 학원은 거들떠 본 적도 없는,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의 전형이었다"고 전한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사교육만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와 근거를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설명했다. 평교사 출신으로 교총 회장에 오른 저자의 부지런함이 묻어나는 '성실한 책'으로 칭찬하고 싶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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