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개혁·재벌정책 정면돌파/강경식 경제팀 취임 100일

강경식 경제팀이 12일로 출범 1백일을 맞는다. 강부총리와 김인호 경제수석이 두 축을 맡은 강경식경제팀은 역대 어느 팀보다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유지, 정책추진과정에서 일체의 잡음을 내지 않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또 한보 삼미 진로 대농 등 재벌그룹의 잇단 부도사태를 거의 수습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최근들어 엔화강세 등 외부 여건의 호전에 힘입어 국제수지 성장 수출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 사정도 많이 좋아지는 행운을 누리는 등 1백일 동안 이룬 실적이 만만찮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강경식 경제팀이 출범 이후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중인 실명제 보완과 금융개혁 등 최대 당면과제가 임시국회 개원 불투명이라는 최대 암초에 부딪쳐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어 주목된다.◎강경식 부총리/“팀웍 일사불란… 잡음없다” 평/각종 거시경제지표도 개선조짐 보여/임시국회 불발땐 공염불 우려 12일로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취임 1백일을 맞는다. 재경원 간부와 실무자들이 입을 모아 『강부총리가 좀더 일찍 취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발언은 강부총리에 대한 평가의 거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강부총리의 정책방향이나 추진력에 대해서는 재경원 안팎에서 거의 대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정권말기라는 「때」의 문제로 강부총리의 정책의지가 퇴색하고 때로는 정책혼선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아 아쉬워하고 있다. 강부총리 취임이후 과천관가와 재계는 그야말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부총리는 취임일성으로 금융실명제의 보완을 주창했다. 힘이 빠져나가던 금융개혁위원회에 힘을 몰아줘 차기정권의 과제로 여겨지던 중앙은행 독립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 은행지배구조 개편 등 금융개혁 작업을 가속화했다. 과다차입 경영기업에 대한 중과세조치와 내부거래 규제 등 기업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재벌정책도 추진키로 했다.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이해관계에 걸려 누구도 추진하지 못해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던 과제들을 정책과제로 떠올려 과감히 밀어붙이는 개혁장관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러나 이같은 과제들은 여전히 시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콧방귀만 뀌고 있다. 금융개혁도 장기과제에 밀려 실천가능한 단기과제의 실행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은 소신과 다르다. 실현가능성을 따져 단계적으로 익혀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부총리는 취임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을 아는 실천주의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강부총리의 생각보다 두텁고 높고 단단했다. 강부총리가 상대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지 못한 각종 거시경제 지표는 최근들어 완연히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주의자인 강부총리가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둔 부분은 의외로 반시장적인 조치를 통해서다. 기업연쇄도산에 따른 금융공황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부도방지협약이 대표적 사례다. 부도방지협약의 부작용으로 멀쩡한 기업이 자금난에 처하자 제2금융권 대표들을 불러 자금회수를 중단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은행장 인사에 대한 개입으로 불붙은 관치금융 논란은 「정치논리에 대한 경제논리우위」「시장에 의한 민간주도경제」라는 강부총리의 슬로건을 스스로 깎아내린 사례다. 물론 한국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경제부총리의 현실적인 책무와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제도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변론도 만만찮다. 그러나 강부총리가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법률안으로 뒷받침할 6월 임시국회가 예정대로 열릴지 불투명해졌다. 금융실명제 대체입법, 자금세탁방지법 등과 한은법, 은행법 등 모두 1백40여개에 달하는 법률안을 처리해야 하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 강부총리의 1백일은 아무런 성과없는 「공염불」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부총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시장주의자, 개혁주의자로서 손에 잡히는 가시적 성과를 과연 얼마나 건져낼지 지켜볼 일이다.<최창환> ◎김인호 경제수석/“기업경영 투명성 확보” 정책개발에 전력 지난 8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김인호 경제수석은 요즘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 경제의 근본문제는 과식체질이다』고 외친다. 김수석이 문민정부의 5번째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취임한 것은 한보사태가 한창 번지던 지난 2월28일. 그는 금융시장과 기업경영 구조가 시장원리에서 멀어져 있는 현실이 한보사태의 본질이라고 판단, 시각아래 한보사태 수습과 경제정책 조율에 지난 1백일을 보냈다. 특히 최근 김수석은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재계의 과식체질」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재계의 과식체질이란 채무보증에 의한 차입경영, 계열사간 내부거래, 경쟁력없는 다각화 등 기업의 능력을 넘어선 확장』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행태에 대해 근본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김수석은 최근 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 지나친 차입경영 구조개선, 경쟁촉진을 위한 기업정책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논란이 많은 금융개혁도 마무리지어야 하는 김수석이 새로운 대형과제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물론 정권 임기말에 재계가 크게 반발하는 방향으로 대기업정책을 새롭게 추진하는데 대해 시기가 적절하냐를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김수석은 『최근 부실화된 대기업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과식체질 개선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 처방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다만 차입금 이자의 손비인정 부인 등 예민한 사안은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김수석은 조용히 밀고 나가는 추진력에서 역대 어느 수석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총론만큼 각론에서도 밝고 강한 지는 아직 검증중인 셈이다.<우원하> ◎임창렬 통산부장관/벤처기업 지원등 굵직한 정책 잇따라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의 취임 1백일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그는 취임일성으로 『반도체 가격하락을 수출부진의 핑계로 삼아선 안된다』고 못박는 등 역대 어느 장관에 비해 발상법이 다른 역동적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 이래 단편적인 현실방어에 급급하지 않고 우리 경제의 근원적 문제에 접근, 심도 있게 정책을 모색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것. 벤처기업에 대한 창업 지원 특별법, 증시 3부시장 개설방안, 지역신용보증조합 설립추진 등 불과 1백일만에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임장관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우리 산업구조의 파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현 경제팀의 산업정책에 상당부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역대 통산부장관으로서는 유일하게 금융산업 구조조정 등 타부처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력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이번 경기침체를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적극적 의지를 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통산부 내부의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직개편 문제. 자체적인 조직개편이 추진되고 있으나 임장관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직원들의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이후 위축돼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게 그의 당면과제로 꼽히고 있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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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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