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창조경제-융·복합산업 하려면 경직된 사회부터 바꿔야죠

■ 젊은기업인이 전한 청와대 회의 뒷얘기<br>국내선 의료법 규제에 막혀 원격진료 못해<br>콘텐츠 수출위해 제작환경·법률 지원 필요<br>"이번 회의 통해 제도 고쳐지겠구나 느꼈죠"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안수원(왼쪽) 레드로버 이사와 장중근(〃 세번째) 나노엔텍 대표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고 감사했습니다." "유일하게 아쉬웠다는 점은 점심식사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죠(웃음)."

지난 1일 34년 만에 열린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바로 옆, 앞에 앉아 허심탄회하게 기업 애로를 털어놨던 젊은 중소ㆍ중견기업인들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흥분과 감동이 배어 있었다. 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들은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기업인들의 고충을 진정성 있게 듣고 풀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실무진까지 참석하게 해줌으로써 실질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이들은 회의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최대한 많이 현장의 소리를 들으려고 했던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심을 갖고 고민해줬으면 한다"며 "이런 자리가 앞으로도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 오른쪽에 앉았던 장중근 나노엔텍 대표는 "창조경제와 융ㆍ복합 산업을 창출함에 있어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의료법으로 원격진료가 막혀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나노엔텍은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바이오벤처기업이다.


특히 그는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어야 창조경제가 되는데 우리 회사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든다"며 "그렇지만 경쟁제품이 없고 또 없는 시장을 만들어야 하니 어려운 측면도 크다"고 토로했다. 신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해당사자 간 유연성 없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는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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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의료기기를 수입할 때 자국 내에서 판매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형성이 지체되고 있어 애로가 크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경쟁국들은 원격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 개인별 맞춤형 u헬스케어 시대를 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에 묶여 제자리걸음 중이다. 의료법으로 인해 효과적인 진료가 가능한 원격진료기기의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왼쪽에 앉아 애니메이션 업계를 대표해 발언한 안수원 레드로버 이사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하고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제작환경ㆍ지원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배급계약만으로도 보증을 받을 수 있는데 국내서는 돈을 확보한 계약만 인정하다 보니 자금을 지원 받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뉴미디어들이 생기면서 판권에 대한 범위가 넓어지는 등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고 어렵다"며 "비싼 외국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어려움이 많은데 정부에서 고급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법률 문제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안 이사는 "시간이 부족해 문화 분야는 건너뛰기로 했는데 마침 박 대통령이 그래도 들어보자고 해서 극적인 기회를 얻게 됐다"며 "대통령도 여성인 만큼 저도 같은 여성으로써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게 됐다"고 다시 한 번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 기업인 레드로버는 3D 하드웨어 제조업으로 출발, 지금은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글로벌 프로젝트로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내년 상영을 앞둔 극장용 4D 애니메이션 '넛잡(The Nut Job)'은 미국에서 3,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상태다.

박 대통령 바로 맞은편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지원시스템 확충을 건의한 이재진 심팩 대리는 "중견기업이다 보니 전문가 고용 등 관리력에 있어 대기업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번 회의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끝내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하고 개선되겠구나 싶은 것은 긍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려고 하는 느낌이었고 그 자리에서 원하는 답도 얻었다"고 흡족해했다. 해외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심팩은 미국ㆍ유럽ㆍ인도ㆍ러시아ㆍ중국ㆍ터키ㆍ중남미 등 10여개국에 프레스기계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 1위 중소형 프레스 제조업체로 전체 프레스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2,4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시장은 전쟁터인 만큼 열심히 노력해 해외시장에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소ㆍ중견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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