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통시장 패러다임 바뀐다] <하> 통신을 넘어서라

■ 스마트 헬스케어 등 ICT접목 수익 다각화 잰걸음<br>스마트 빌딩·가상재화 등… 사업영역 무한확장 가능<br>조직개편·체질개선 박차<br>초기 과열 경쟁 리스크 커… 선택·집중통한 차별화 필요


병원에 도착하자 스마트폰에 오늘의 진료 일정과 진료실 위치가 뜬다. 사고 난 자동차의 위치가 119에 자동으로 전송되고, 건물 전체의 에너지ㆍ조명 시스템이 통신으로 연결돼 중앙관제센터에서 관리된다. 의료ㆍ자동차 같은 산업이 통신과 만나면서 가능해지는 일들이다.

이동통신사들이 통신망과 융합기술을 무기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영역을 무제한 확장하고 있다. 통신만으로는 살아나기 어렵다는 인식아래'탈(脫)통신'전략은 더욱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스마트 헬스케어다. ICT와 의료 서비스를 융합해 질병 예방ㆍ진단ㆍ치료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평소에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로 수집해 둔 혈압ㆍ혈당 등이 주치의에게 자동으로 전달되고, 이를 기반으로 원격 진료가 가능해진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과 합작 벤처인 '헬스커넥트'를 설립하고 국내 체외진단기기 업체 나노엔텍과 중국 의료기기 업체인 톈룽(天隆)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기반을 갖춰놨다. 헬스커넥트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인 '헬스 온'서비스는 이미 상용화됐다. 육태선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은 "스마트 헬스케어는 질병 예방ㆍ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의료계의 협조도 원활하다"며 "병원이 아니라 가정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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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역시 세브란스 병원과 합작해 '후헬스케어'를 설립하는 등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자생한방병원과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스마트빌딩'이나 '스마트홈' 분야도 이동통신사들이 공들이고 있는 분야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각각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두 회사는 빌딩 에너지관리 시스템(BEMS)을 자사 사옥 등에 시범 적용한 데 이어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EMS는 건물 내부의 온도와 습도, 입주자의 부재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에너지ㆍ조명 등을 제어하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KT에스테이트'를 설립하고 부동산 임대ㆍ관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KT의 경우 장기적으로 전국의 임대 부동산에 스마트빌딩ㆍ스마트홈 솔루션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콘텐츠는 이동통신사들이 꾸준히 유통을 맡아왔던 상품이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애플과 구글 위주로 모바일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주도권을 빼앗긴 바 있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은 조직개편과 체질 개선을 통한 역습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T스토어, T맵 등의 사업을 전담하는 SK플래닛을 분사했다. KT는 지난 2011년 동영상 검색엔진 업체인 엔써즈와 한류 커뮤니티인 숨피를 인수하고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유스트림코리아를 세운 데 이어 지난해 미디어ㆍ콘텐츠 사업을 전담할 자회사 KT미디어허브를 설립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가상재화를 KT그룹의 성장엔진으로 정착시키고 젊은이들에게 도전적ㆍ창의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가상재화는 음원ㆍ영상ㆍ전자책 등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상품을 뜻한다. LG유플러스 역시 미디어콘텐츠 전문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설립하고 게임ㆍ영상 등의 콘텐츠 유통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015년까지 기업대상(B2B) 솔루션 매출을 현재의 5배 규모인 1조5,000억원으로,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2020년까지 1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KT는 2015년까지 비(非)통신 분야 매출을 그룹 전체 매출의 45%(2010년 27%)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물론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사들의 탈통신 사업이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초기 단계로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수익률이 낮은 사업에 과도하게 경쟁하는 등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신사들이 주로 자회사를 통해 탈통신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자회사들이 앞으로 얼마나 선택과 집중을 하고 수익을 내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탈통신 사업의 대부분이 이종 산업과의 융합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해당 업계와의 원활한 협력이나 규제 여부도 관건이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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