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5(화) 22:24
『내년에나 가야 보고서가 나옵니다』 14일 오전 국제통화기금(IMF) 연례보고서가 발간됐다는 소식을 외신으로 접한 기자가 보충취재를 위해 재경부측에 전화하자 들은 답변이다.
그러나 외신에 13일자로 보고서가 공표됐다고 적혀있었고 한국에 대한 IMF의 입장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상의 IMF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연례보고서 전문이 실려 있었고 결국「IMF, 아시아 위기대처 실패 자인」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가 가능했다.
즉각 재경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보고서를 구했냐』『보고서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등의 다급한 질문이었다. 웹주소를 알려준 후 다시 걸려온 전화는 더욱 가관이었다. 『보고서 분량이 수백쪽이니 한국관련 부문만 짚어달라』는 주문이었다.
일순 한국이 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고있는 정부인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동안 정부가 외쳐왔던 정보화에 구멍이 뚫린 모습이었다. 지구촌 경제시대에 IMF 관리체제에 있지 않더라도 세계경제 동향을 점검한 IMF의 보고서는 당연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IMF측과 최소한의 통화채널만 유지했더라면 보고서 발표 날짜는 알 수 있지 않았을까.
IMF는 보고서에서 해당국에 대한 금융정보 수집능력 부재를 시인하고 재정긴축과 고금리 처방이 이렇게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줄 몰랐다고 실토하고 있다. IMF의 이같은 변화를 명확히 모르면서 어떻게 정부는 IMF와 제대로 된 정책협의를 할 수 있을까.
개별국가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IMF와 그 IMF의 보고서조차 제때에 입수하고 있지 못하는 경제정책 당국 사이의 정책협의가 경제난국의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보고서는 지난 3월 집행이사회에서 나온 논의들을 종합 발간한 것이며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공표됐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사이트였다면 우리정부 관리들이 이토록 몰랐을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IMF 한파가 아직 정부에는 닥치지 않아서일까. 【이병관 기자】
<<'남/자/의/향/기'(19일) 무/료/관/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