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회장직 폐지와 지주사 전환 등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은 소유과 경영의 완벽한 분리를 통해 ‘그룹의 오점’을 털어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지배구조가 완전히 재편되는 시점까지 과도기 기간중 외국인 CEO를 영입하고 사외이사 체제를 강화해 1인 경영 체제가 아닌 다수 경영 체제로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하지만 “박용성 전 회장 등 두산가(家) 의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룹의 3년 후 모습이 변할 수 있다”며 오너 일가의 의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순환출자 고리 끊는다=두산이 발표한 지배구조개선 방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년내 지주회사 전환이다. 이는 오너중심의 지배구조를 포기한다는 의미. 당연히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필수과정이다. 현재 ㈜두산(지난 해 9월말 현재)은 두산중공업 지분 41.5%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8.91%와 두산산업개발 지분 30.08%를 확보하고 있다. 다시 두산산업개발은 ㈜두산 지분 11.9%를 보유하고 있어 ㈜두산을 중심으로 한 두산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이 물고 물리는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로드맵에서 두산은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인 ㈜두산을 외국인 대표이사(CEO)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배구조 투명성’에 올인하겠다는 의지 천명으로 읽힌다. 두산그룹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 등이 회장직 폐지로 인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만큼 경영에 참여하거나 간섭하는 통로가 사실상 폐쇄될 것”이라며 “외국인 CEO라는 상징적인 인물까지 선임할 경우 사실상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주변에선 이와 관련, “순환출자를 지주사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박용성 전 회장 등 대주주 일가 지분이 옮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은 “㈜두산이 최근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급증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산업개발 지분을 확보하는 것과 관련, 자금과 일정에 다소 무리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독립경영=두산의 각 계열사들은 앞으로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 비중이 큰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사회의 책임경영에 무게감을 주기 위해 매우 까다로운 사외이사 선출 요건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외부인으로 구성된 사외이사 후보추천 자문단을 통한 후보선정과 사외이사 추천위의 복수 추천 등 까다로운 선임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그만큼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활동은 투명성을 높이는 만큼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결국 이 같은 부담을 감당할 두산그룹의 의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사외이사의 비중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계열사들의 사외이사 상당수가 과거 두산그룹의 임직원 출신인 만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사외이사 추천 위원회의 역할에 한계가 뒤따를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는 SK식의 사외이사 중심 개선 방안과 LG식의 지주사 전환 등의 방법을 혼합한 형태의 강도 높은 자구책”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완벽한 시스템 외에 그룹 차원의 의지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지배구조개선의 강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너중심 지배구조 관행·타성 차단 포석
● 외국인 CEO 발탁 의미는 이와 관련해 그룹은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 ㈜두산을 이끌어 나갈 외국인 CEO 선출을 마무리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3~4명의 외국인 CEO 후보를 놓고 고심중인 가운데 늦어도 2월말까지는 단일 후보로 후보들을 압축할 계획이다. 비상경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개선안의 핵심중 하나인 외국인 CEO를 가급적 빨리 영입하는 것이 지배구조개선 추진을 앞당기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어 늦어도 2월말까지는 윤곽이 그려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의 회장 공백 상태를 메우고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담당하는 비상경영위원회 역시 오는 상반기경 사실상 해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경위의 역할이 지배구조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오는 상반기까지 제시하고 이사회가 지주사 전환까지의 공백기간동안 경영을 책임지게 되면 실질적인 권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비경위의 공식적인 해체는 늦어질 수 있지만 각 계열사의 업무 조율 등으로 권한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며 "로드맵의 실천 사항 등을 점검하는 수준으로 비경위의 위상도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