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욕심, 그리고 파탄

제6보(101~140)


특별히 조훈현이 잘둔 것도 아닌데 어느덧 흑이 유리해져 있다. 앞에서 뤄시허가 공연한 손찌검을 연발하여 조훈현의 진영을 굳혀 주었기 때문이다. 공연한 손찌검은 고수의 승부에서 가장 금기로 되어 있는 것인데 오늘 뤄시허9단은 그것을 연거푸 범했다. “낙관한 탓이지요. 형세가 나쁘면 극히 신중하게 음모를 꾸미게 마련인데 낙관하면 그대로 정착을 서두르게 되거든요. 낙관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점은 낙관의 병폐라고 할 만합니다.” 양재호9단이 바둑TV에 나와서 한 말이었다. 흑11, 13은 진작부터 노리던 수단. 이 수단이 성립되어서는 원래 막강한 세력이던 하변 백이 미생마로 변해 버렸다. 흑25는 피니시 블로라고 할 수 있다. 그 수를 두면서 조훈현은 이겼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 이겼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사고가 발생했으니…. 지나가는 길에 슬쩍 물어본 백26에 대하여 27로 각박하게 응수한 것이 문제였다. 29의 자리에 점잖게 받았으면 무사했는데 27로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백34 이하 38이라는 기상천외의 묘수를 당한 것이었다. 흑37로 참고도의 1에 이으면 백2 이하 8로 흑대마 전체가 잡힌다. 결국 흑 5점이 희생되었고 이것으로 바둑은 역전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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