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그룹(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열대에 우뚝서는 “한국 기념비”/「턴키베이스」방식 고부가 보장/올 11월 완공 하루 3,600톤 생산「비전 2020」의 나라 말레이시아. 2020년에는 선진국에 진입하고말겠다는 마하티르 총리의 집념이 야자수 그늘밑의 가난과 나태로 각인됐던 열대원시림의 국가를 신흥공업국으로 탈바꿈시키고있다. 신흥공업국 말레이시아의 경제도약의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 콸라룸푸르시내의 건설현장. 한국건설업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건물을 신축, 말레이시아국민들에게 우수한 시공능력에 관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말레이시아의 건설열기는 내년 9월 개최되는 영연방올림픽 준비열의와 맞물려 갈수록 뜨거워지고있다. 선수촌, 고급호텔 및 사회간접자본 공사가 내년의 국제행사 이전에 완공될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정부의 독촉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고 나면 새로운 건물의 공사가 시작되고있는 말레이시아의 최대고민은 시멘트부족. 시멘트생산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지못해 만성적인 수급난을 겪고있는 것이다. 한라그룹이 현재 말레이시아에 건설중인 시멘트 현지생산공장인 「네게리셈빌란 시멘트공업주식회사(NSCI)」는 이같은 말레이시아의 주요 현안해결에 돌파구를 열고있다. 이 시멘트공장이 완공될 경우 연간 1백20만톤의 시멘트가 쏟아져 나와 말레이시아의 고민은 사라질 전망이다. 콸라룸푸르에서 남서쪽으로 1백40㎞ 떨어진 네게리셈빌란주 콸라필라.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과 푸른 열대림속에서 각종 건설장비들의 소리로 시끄러운 네게리셈빌란 공장 건설현장은 어마어마한 넓이로 주눅이 들게한다. 총 20만평에 이르는 공장부지를 전부 돌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60만평에 달하는 광산부지를 둘러보는데까지 욕심을 낸다면 하루도 모자랄 판이다. 땅위를 살짝 긁어대기만해도 나오는 풍부한 석회석은 여기가 시멘트공장 입지로 최적임을 실감케한다. 여기다 월급 1천링기트(약 35만원)를 받는 1천5백명의 현지 고용인들의 땀흘리며 일하는 모습. 한국의 기술 및 자본과 말레이시아의 저임금 및 천연자원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상적인 해외투자현장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한라그룹에서는 이 공장건설을 『가장 전형적인 개발형 공사』로 평가하고있다. 그룹측이 현지 지질타당성 및 시장조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92년 5월. 마침내 지난 94년 5월 네게리셈빌란주 개발공사(NSSDC)와 한라시멘트가 3:7로 자본금 7천2백만달러를 출자, 합작회사인 네게리셈빌란 시멘트공업주식회사(NSCI)를 설립했다. 공장건설은 그룹내 한라중공업이 맡았다. 95년 3월 NSCI로부터 2억4천만달러에 공사를 수주, 그해 8월 기공식이 열렸다. 네게리셈빌란 공장 건설의 특징은 「턴키 베이스」라는 점. 단순 건축공사와 토목공사가 주류를 이뤘던 종전 해외건설 수출과 달리 모든 공사과정을 시공자측이 일괄해서 책임지는 새로운 수주방식이다. 물론 플랜트 설비는 한국중공업이 생산, 수출한 것. 고도의 복합기술을 이용하는 선진국형 프로젝트가 실행된 것이다. 90년대초 그룹이 세웠던 「기업의 다각화」와 「플랜트 수출 가능 지역」이라는 2대목표가 달성된 셈이다. 네게리셈빌란 프로젝트 관리담당자인 왕규석 과장은 이와관련, 『과거 해외공사가 대부분의 기자재를 선진국에서 수입, 부가가치가 적었던데 비해 이번 공사는 건설기능공은 현지에서 조달하는 대신 기자재 대부분을 한국에서 생산·수입해 부가가치를 월등히 높일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중인 이중부 상무은 『외화가득률이 높은 효자 프로젝트』라고 요약했다. 한국에서 대형설비를 도입하는데는 애로가 적지않았다. 콸라룸푸르에서 동쪽으로 30분거리인 포트클랑항에 하역된 설비들은 공사특성상 대부분이 초대형이었다. 높이 14m, 폭 5.2m의 설비를 운반하는데 일주일이 걸린 적도 있었다. 공중에 걸린 전선줄을 자르고, 장애물들을 치우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됐다. 말레이시아의 시멘트생산량은 지난 88년 이후 연평균 18%의 증가율을 보여왔다. 반면 시멘트 수요는 매년 22.4%씩 증가, 심한 수급 불균형을 나타냈다. 그나마 대부분 시멘트 공장들은 북쪽 지역에 몰려있어 남쪽에 위치한 콸라룸푸르까지 시멘트를 운송할려면 막대한 물류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네게리셈빌란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이런 문제들은 일거에 해결된다. 특히 말레이시아 남부지역의 최초 시멘트공장이라는 점은 물류에서 매우 유리한 여건을 확보하게된다. 김승찬 관리부장은 『콸라룸푸르에서 최단거리에 위치, 폭증하는 건설현장에 시멘트를 원할히 공급할 수 있다. 북부지역 말레이시아 시멘트공장에 비해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지관계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올 11월인 완공예정일을 더 앞당길 수 있다면 영연방올림픽 특수 재미를 더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 말레이시아내 판로가 워낙 넓기 때문에 네게리셈빌란 공장이 가동될 경우 내수 물량을 소화하기도 벅찰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당분간 생각지 않고 있다. 한라시멘트는 현재 네게리셈빌란 공장외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생산공장을 건설중이며 파푸아뉴기니아에는 공장이 가동중이다. 그룹측은 특히 네게리셈빌란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실질적인 전초기지이기 때문. 네게리셈빌란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둘경우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인근의 새로운 유망시장 진출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동남아 최대의 개발권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 메콩강 개발사업 수주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네게리셈빌란의 시멘트 공장건설공정은 지난 3월말에 50%를 넘어섰다. 네게리셈빌란은 이제 7개월후면 하루 3천6백톤의 시멘트를 뿜어낼 것이다. 이 공장건설의 경험과 현지의 호평을 얻은 한라그룹은 말레이시아에서 일본과 미국 등의 플랜트 시공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설 것으로 현지파견직원들은 기대하고있다.<콸라필라(말레이시아)=김영기> ◎이중부 상무 네게리셈빌란 현장책임자/“말연 건설시장 전망밝아 공급과잉 등 문제 없을것” 한라시멘트 네게리셈빌란 공장건설의 현장책임자인 이중부 상무(55)는 시멘트공장 건설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대형 시멘트공장건설 참여로는 이번이 7번째인 이상무를 건설현장내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라측이 모든 책임을 지는 턴키형 공사로 알고 있다. 현장 책임자로 어깨가 무거울텐데. ▲네게리셈빌란공사는 한라가 부지물색부터 시작한 개발형 프로젝트다. 우리가 공사의 모든 책임을 진다. 막바지 공사에 최선을 다하고있다. ­내년에 말레이사아에서 열리는 영연방올림픽 특수를 고려할때 완공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당초 완공예정일은 내년 4월이나 공기를 앞당겨 올 11월이면 시설을 완비하고 12월이면 본격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같다. 늦은 감이 있기는 하나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일부에서는 생산시설을 확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연간생산 1백20만톤이면 적지않은 규모다. 판매에 문제는 없는가. ▲오히려 공급이 모자랄 것이다. 현재 콸라룸푸르 인근에는 시멘트공장이 전무한 실정이다. 잘하면 독점업체가 될 수도 있다. ­공사에 어려움은 없나. ▲공사현장이 행정구역상 두개로 나뉘어져 있다. 서류 하나를 처리하는데도 양쪽 군청을 일일이 상대해야 한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인부 구하기도 쉽지않다. ­시멘트공장 건설전문가로 당부하고 싶은말은. ▲아직도 핵심기술은 일본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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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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