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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우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대략 5가지 정도의 뜻이 나오는데 그 중 음식에 적용할 때는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대신하다’는 뜻이 된다. 제대로 하는 식사는 아니되, 끼니를 대신할 수 있는 정도의 요기를 뜻하는 것이다. 한 끼 ‘때우는’ 곳으로 치자면 백화점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가 대표적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백화점에 가면 꼭대기 층 고급 식당가 대신 지하층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사주시곤 했는데, 일차적으로 절약을 위한 선택이었을테지만, 저렴한 가격에 빨리 먹을 수 있고 다양한 메뉴를 고르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그 식사는 그야말로 ‘때우는’ 것이지 근사한 한 끼를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백화점 푸드코트는 한 끼 때우고 간다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일단 메뉴가 전체적으로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부유층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에서 맛집으로 소개하는 고급 식당들의 분점들이 백화점 푸드코트 코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때운다는 단어를 쓰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맛있는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푸드코트의 변화는 최근 1~2년 사이에 일어났다. 음식 사업의 브랜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개인업자 위주로 편성된 푸드코트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각 음식 분야의 일등 브랜드, 그게 안되면 이등 브랜드라도 유치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백화점들이 새롭게 무장하기 시작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백화점 고위층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푸트코트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관행이 굳어 관리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한국은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스스로 변화의 바람을 탔다. 그러다보니 백화점 푸트코트는 최신 유행 음식의 경연장으로 변했다. 푸드코트에 가면 어떤 음식이 유행을 타는 지,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지 한 눈에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백화점 푸트코트 음식을 즐기는 것도 식도락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백화점 푸드코트를 찾아가 어떤 음식이 있는 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맛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지 구경해 봤다. '목 좋아 門만 열면 떼돈'은 옛말
"백화점 집객 효과" 바이어들 맛집 찾아 발품
'낙하산' 업소 떠난자리에는 유명 업소 들어서 백화점 지하 푸드코드는 예나 지금이나 다양한 먹거리를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별로 맛있지 않았다. 맛보다는 '간편한 식사'가 푸드코트의 기본 요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백화점 푸드코트들이 요새는 확 달라졌다. 일단 화려하고 맛있어졌고, 메뉴가 다양해졌다. 외부에서 꽤 유명한 식당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쇼핑 나온 주부들 뿐만 아니라 인근 회사원들까지 점심 식사를 위해 백화점 푸드코트를 들른다. 김밤, 자장면, 비빔밥, 냉면 등 '뻔한' 메뉴가 중심이던 백화점 푸드코트가 화려하게 변신하기 시작한 것은 약 1~2년 전부터. 간단하게 한 끼 '때우던' 곳이 화려하게 변신한 이유는 뭘까. 먹기 위해 백화점을 찾게 하라 업계에서는 백화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푸드코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푸드코트에 대한 종전의 인식은 출출한 쇼핑객에게 간편식을 파는 곳이라는 종속적인 개념이었지만 고객이 푸드코트 자체를 찾게 하려는 노력이 1~2년 사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푸드코트 음식을 먹기 위해 백화점을 찾게하라는 컨셉트로 매장 리뉴얼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음식 전문가 못지않게 활발히 활동하는 개인들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입장에서 푸드코드는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 곳이다. 입점위해 '빽' 쓰던 때 지났다 그렇다면 과연 전적으로 먹기 위해 백화점에 오는 사람들이 많을까. 이는 누가 들어도 의문이지만 푸드코트가 백화점 집객효과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먹거리가 부실한 백화점 보다는 맛있는 게 많은 백화점에 가고 싶어하는 것만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푸드코트 자체의 매출액도 꽤 된다. 서울 강남 소재 모 백화점의 경우 보통 한 코너에서 하루 200만~300만 원 씩의 매출이 발생해 푸드코트 전체의 하루 매출이 4,000만~5,000만 원 정도 일어난다. 무시 못 할 금액임엔 틀림없지만 이 정도는 백화점 전체 매출액 가운데서 보면 그렇게 중요한 수입원은 아니다. 백화점 입장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단골 고객을 붙드는 효과와 백화점 이미지에 대한 부분이 더 중요하다. 과거에는 백화점 지하에서 음식 장사를 하려면 '백화점 고위층과 특수관계에 있어야만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 같은 소문은 과거에는 '절반쯤'은 사실에 가까웠다. 그러나 요즘은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이런 소문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부에서 '검증된' 유명 음식점들이 주로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입점 업체 선정을 위해 조리식품 담당 바이어가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먹어보고, 여러 가지를 조사해 발굴, 유치한다"며 "요즘은 좋은 식당 브랜드를 모셔온다고 해야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입점 식당 선정 막바지 단계에서는 사내 품평회를 열기도 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그 쪽(음식) 방면에서는 소위 주름잡고 있다고 소문난 업체들이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사내 품평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검증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푸드코트 담당 매니저인 원용신 대리는 "외부에서 유명하지 않으면 솔직히 입점이 힘들다"면서 "소규모 개인 음식업자들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검증되지 않은 식당은 사실상 100%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퓨전 음식이 인기 좋아 김밤, 비빔밥, 자장면, 냉면. 예나 지금이나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필수 메뉴로 꼽힌다. 이 기본 메뉴는 지금도 없어서는 안 될 메뉴이지만 점점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강남 모 백화점이 오픈할 때부터 꽤 유명하던 모 냉면집도 역신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신 퓨전 요리가 강세를 나타내는 게 요즘의 트렌드다. 주 고객층이 젊은 백화점일수록 이 같은 추세가 강하다. 강남 지역 백화점들은 압구정동과 청담동에서 명성을 쌓은 식당들이 입점해 있는 게 트렌드다. 특히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의 경우가 이런 트렌드가 특히 강한데, 강남을 삶의 기반으로 한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브랜드 선호 경향을 맞추기 위해서다. 압구정동에서 웰빙 음식으로 유명한 '마켓오'는 현대, 갤러리아에 모두 입점해 있으며 청담동의 유명 이탈리아 음식점 '라볼파이아'는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서 영업장을 갖춘 최고급 업체들을 입점시켜 새로운 미각을 선보이고 있다"며 "맛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식당들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맛있게 빠르게 저렴해야 아무리 유명한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고 해도 백화점 푸트코트 음식은 빠르고 저렴하고 맛있는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위해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손님이나 비싼 돈을 내고 정찬을 먹고자 하는 손님을 푸드코트에서 기대할 수는 없는 일다. 보통 푸트코트에서는 주문한 지 6~8분이 넘지 않는 시간에 음식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가격대는 1만 원이 넘으면 잘 팔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대부분 메뉴의 가격대가 5,000~8,000원 사이에서 정해져 있다. 때문에 입점 식당들도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저렴하게 팔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 팔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는 맛과 멋을 유지해야만 하는 게 고민이다. 백화점들은 보통 입점 식당들과 1년 짜리 계약을 한다. 매출액이 처지거나 맛과 서비스가 부족한 업체들은 대부분 매장 리뉴얼 기간에 사라지게 된다. 깔끔한 맛에 합리적 가격 갖춰야
푸드코트의 맛집들
신세계-해산물 파스타 ·오므라이스 '입소문'
롯 데-해산물·뷔페식 철판요리 등 유명
현 대-회전초밥·생굴수제비에 손님 몰려
갤러리아-유기농 퓨전롤·샐러드·파스타 인기 백화점들의 푸드코트가 맛있고 화려해진 만큼 시간을 내 맛을 보러 다니는 것도 훌륭한 식도락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돈을 쓰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게 푸드코트의 장점이다. 백화점 근처에 직장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는 점심 식사 시간에 푸드코트를 찾는 경우도 많다. 각자 원하는 메뉴를 골라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푸드코트의 특징과 대표 메뉴들을 소개한다. ■신세계백화점 신세계 본점 푸드코트는 유일하게 지하를 벗어난 곳이다. 보통 푸드코트의 위치는 지하 식품매장 옆이지만 신세계는 본점 리뉴얼과 함께 과감하게 11층으로 위치를 올렸다. 옥상 정원과 연결돼 있어 마치 공원과 같은 느낌이다. 식사 공간은 400평 규모, 정원을 합하면 무려 900평이다. 주문대의 메뉴판에 적힌 음식 가짓수는 무려 76가지. 잘 팔리는 메뉴는 '차우펀'의 점보새우세트(8,900원), 커리 전문점 '델리'의 스페셜해산물파스타(9,500원), '라이스가든'의 치킨치즈롤 오므라이스(8,900원) 등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일대의 주부들이나 회사원들에게 꽤 입소문이 나 있다. 15개의 코너가 있으며 좌석 수는 220석 정도인데, 식사 시간대가 아니어도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잘 팔리는 메뉴는 회전초밥. 또한 이탈리아 퓨전 요리 전문점 '인더키친'의 10가지가 넘는 샐러드 종류도 잘 팔린다. 특히 훈제오리 발사믹샐러드의 인기가 좋다.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은 규모 면에서 최대다. 2004년 지하 식품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1,100평 짜리 푸드코트를 오픈했다. 입점한 브랜드는 60개가 넘는다. 음식 사업 관련자들은 롯데 푸드코트에 대해 "철저하게 맛으로 승부한다"고들 말한다. 브랜드의 지명도도 중요하지만, 맛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또한 음식의 양이 많다고도 알려져 있다. 롯데 본점에서 잘 팔리는 메뉴로는 '그린 씨푸드'의 해산물 종류와 '카페 아모제'의 유기농 샐러드 등이 있다. 또한 테이크아웃 매장에는 '몽고스칸'이라는 뷔페식 철판 요리 매장도 있는데, 이는 미국 LA 지역에서 인기를 누리다 국내 최초로 백화점 푸드코트에 입점한 사례다.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강남 일대에서 유명한 식당들이 대거 들어와 있는 게 특징이다. '마켓오'나 '라볼파이아' 등은 이미 강남 사람들 사이에서 명성을 쌓은 식당이며 유명 일식집 '이즈미'는 회전 초밥으로 입점해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오므라이스 전문점 '에그오그'의 시푸드오므라이스(7,500원)과 '다원'의 생굴수제비(7,500원)를 추전했다. 생굴수제비는 경남 통영에서 매일 직접 구매해 온 생굴을 사용한 제철 음식이라 요즘 먹기 딱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는 '델리'의 왕새우오므라이스커리(1만 1,000원)가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잘 팔린다. 또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돈까스 브랜드인 '샤보텐'의 '치즈돈까스'(8,000)도 인기다.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 고기와 함께 튀겨낸 일본식 돈까스로 쫀득한 씹는 맛이 좋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두 개의 건물 중 하나(웨스트)에만 푸드코트가 있다. 이스트는 먹거리를 팔지 않는 유일한 백화점 건물이다. 갤러리아는 젊은 멋쟁이들과 부유층 손님이 많은 곳이라 푸드코트도 세련미와 젊은 감각을 추구한다. 푸드코트의 이름은 '쿠진 고메(cuisine gourmet)'로 꽤 고급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지만, 다만 장소가 비좁은 게 흠이다. 갤러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마켓오'다. 유기농을 주제로 한 식당인데 퓨전롤과 주먹밥 등이 잘 팔린다. 또한 망고, 아보카도, 두부, 파인애플 등이 다양한 소스와 어우러진 유기농 샐러드도 인기다. 광어뼈를 끓인 육수가 곁들여진 오채면, 상큼한 초록색이 돋보이는 그린티 파스타도 인기. 중식당 '청'은 서울 삼청동에 있는 정통 중식당 '청'에서 직영한다. 백화점 푸드코트에서도 고급 중식 레스토랑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시도다. 사과와 배로 맛을 낸 소스가 돋보이는 탕수육은 자장면 등 면요리와 함께 먹기 좋다. 한식 코너 '가온'은 집에서 먹는 한식의 깔끔한 풍미를 테마로 한다. 깔끔한 맛과 모양의 된장찌개와 더덕고추장을 쓰는 비빔밥 맛이 좋다. 한편 갤러리아에는 하얏트호텔이 운영하는 델리가 있는데 빵과 과자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시즌에는 초콜릿도 많이 팔린다. 이 집은 커피 맛이 좋은 것으로도 소문이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