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 핵실험 강행] 정부 낙관론 되풀이하다 또 뒤통수

"핵실험 준비 징후 없다" 분석 하루도 안돼 깨져<br>대북정책 신뢰도 하락, 외교적 주도권 상실 우려

정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지난 8일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과 관련, “현재 표면적으로 나타난 상황은 북한이 물리적으로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아직 파악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종래의 낙관론을 되풀이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하루도 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이 당국자의 발언이 나온 지 20여시간도 채 안돼 북한이 전격 핵실험을 단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니고 있던 신뢰성은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 현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대북 정책의 낙관론과 햇볕정책, 여기에 우리 정부가 그나마 갖고 있던 최소한도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주도권)도 송두리째 상실될 위기로 몰리게 됐다. ◇또다시 맞은 뒤통수=우리 정부는 그 동안 대북 정책과 관한한 때마다 뒤통수를 맞아 왔다. 우리가 대내적으로 호의적 태도를 거듭해서 밝혀 왔지만 북한은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취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에서 핵 보유 선언, 미사일 발사, 6자 회담 중단, 핵실험 선언 때마다 한번도 “북한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04년 말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1월 미국 LA에서 “북한의 핵 개발 주장은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추어 자위용이라는 데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듬해 1월 기자회견 때는 중단된 6자 회담에 대해 “열릴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됐다. 장애 사유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바로 한달 뒤 6자 회담 중단과 핵 보유 선언을 했다. 이런 어리둥절한 상황은 지난해에도 발견됐다. 지난 5월 몽골 방문 당시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조건 없이 지원하려 한다. 북한 핵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핀란드 방문 때는 “북한 핵실험에 대해 근거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사람을 불안하게 할 뿐더러 남북관계도 해롭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으며 불과 1주일 전까지도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핵실험 같은 일이 없도록 여러 가지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상실 위기에 처한 대북 정책 이니셔티브=북한의 핵실험은 비단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가져온 외교 정책의 국제적 주도권에도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강경론에 휩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은 유엔 헌장 7장을 무기로 경제적 제재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우리 정부가 극단적으로 피하고 싶어하는 군사적 제재 논의까지 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경우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온 북한에 대한 유화 정책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고, 국내에서도 강경파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지난달 15일 어렵사리 도출해 낸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맞물려 외교ㆍ안보 라인의 인적 교체 요구도 거세게 불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 라인에 대한 불신감이 가뜩이나 팽배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현재 외교 라인의 입지를 더욱 좁아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실험은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을 “현 정부의 잘못된 대북 정책 탓”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래저래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은 최대위기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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