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국 부품공장 홍수에 따른 부품조달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화 강세로 수출은 줄어든 반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화력발전용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게 무역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인 요인 외에도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뚜렷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재무성은 23일 4월 무역수지가 5,203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월 적자규모(826억엔)보다 무려 6배나 적자폭이 확대됐고 시장 전망치인 4,700억~4,800억엔도 크게 넘어섰다. 4월 기준으로는 1979년(4,726억엔) 이후 33년 만에 최대 적자규모다.
수출은 5조5,665억엔으로 전월보다 7.9% 늘었다. 반면 수입액은 8.0% 증가한 6조868억엔 이었다. 대미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9%나 증가했지만 일본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나 감소하는 등 아시아 지역 전체 수출이 2.6% 줄었다.
원자력발전 중단으로 인한 화력발전용 LNG와 원유 수입이 늘어난 것도 무역수지 적자를 유발했다. 니시오카 준코 RB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자력발전 중단으로 향후 에너지 수요가 늘어 무역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재무성은 "일시적인 수출감소 요인만 해소되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본이 앞으로 과거와 같은 안정적인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해나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엔화 강세를 피해 일본 기업들이 국외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있는데다 일본의 수출을 지탱하는 대미 수출 증가가 생각만큼 가파르게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이와스미긴(大和住銀)투신투자자문의 모지 소이치로 경제조사부장은 "수입증가에 따른 적자폭 확대라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수출둔화는 앞으로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