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첨단 터널보다 과거 유적 발굴이 더 중요하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역사적인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해저터널공사 도중 지난 4세기 콘스탄티노플 시대의 '엘루테리오스' 항구가 발견됨에 따라터널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일 보도했다.
터키 당국은 이스탄불 시의 유럽쪽 지역인 예니카피의 기차역 건설을 위해 판잣집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근 고대 비잔티움에서 가장 번성했던 항구를 발견, 인근 지역의 터널 건설을 중단한 채 유적 발굴에 나섰다.
고고학자들은 지하 불과 몇m 정도의 지점에서 43m 길이의 부두 일부분을 발견한 것을 비롯해 나무 보트, 닻, 끈 달린 가죽 신발과 머릿빗, 촛대 등 당시의 항구유적과 고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들을 대거 발굴했다.
고고학자인 메틴 고케이 박사는 "이스탄불에서 많은 발굴 작업을 벌였지만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유물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항구의 발견으로 해저터널 공사 관계자들은 오는 2010년으로 예정된 공사기간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터널 건설팀은 일단 예니카피 지역의 역 건설 일정을 뒤로 미룬 채 해저 콘크리트 주입 등 유물 발굴에 방해되지 않는 작업들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유적발굴 작업이 예정보다 4개월 이상 지연되자 공사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터널 프로젝트의 현장 책임자인 할루크 오즈멘은 현재 유물 발굴은 예니카피 지역의 공사만 지연시키고 있으나 머지않아 공사 전체 일정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공사 지연 우려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고학자들은 하지만 당연히 터널 공사보다는 유적 발굴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고 정부 당국도 이에 동의하고 있어 이 지역의 터널 공사는 항구 유적 발굴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는 진행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케이 박사는 "터널 공사팀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마지막 유물이 발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기의 프로젝트'로 불려온 이 해저 터널 공사는 26억달러가 투입되며, 1.4㎞의 해저 구간과 육지의 지하철이 연결돼 전체적으로 13.6㎞의철도를 내진설계로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터키 정부는 해저 터널이 완공될 경우 하루 100만명 이상의 시민이 터널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며 도심 교통 정체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포루스해협에는 현재 두 개의 다리가 있으며, 정부는 당초 제3의 다리도 육교로 건설할 방침이었으나, 환경과 도시 미관상의 이유로 해저 터널을 뚫는 쪽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