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한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의 외아들 정의선씨가 기아차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를 대부분 장악한 채 경영의 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정 사장의 이같은 행보는 `경영 수업' 단계를 넘어 대주주로서 핵심 계열사를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책임 경영'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사장은 지난 1일 승진 이후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이하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공식 직함이 바뀌었고 부사장 때 겸직했던 기아차 기획실장은 맡지 않게 됐다.
부사장 시절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이던 공식 직함이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간단해진 것이다.
대신 정의선 사장이 직접 챙기는 업무 영역과 개입 강도는 종전보다 훨씬 넓고강력해졌다.
정 사장이 승진 이후 직접 관장하게 된 업무 영역은 기아차 기획실, 기획총괄본부의 기아차 관련 R&D 및 마케팅 기능, 해외영업본부, 중장기 해외공장 프로젝트,재경본부 등으로 대폭 확장됐다.
자동차메이커로서 기아차의 성장동력원이라 할 수 있는 수출, R&D, 해외 공장프로젝트 등은 물론 연간 업무계획과 중장기 플랜 조정(기획실), 자금 관리(재무경리) 등의 핵심 기능까지 모두 정 사장 손에 들어간 셈이다.
부사장 시절과 비교하면 외형상 해외영업본부와 재경본부 정도만 추가된 것으로비쳐지나 다른 부문에서의 영향력도 종전보다 훨씬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기획총괄본부 내에서 정의선 사장보다 상급자는현대하이스코에서 옮겨온 이상기 부회장뿐이다.
하지만 이제 실권은 정 사장쪽에 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정순원 로템 부회장이 현대차 사장 시절 맡았던 기획총괄본부장 자리에 정의선사장이 앉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정 사장에게 기획총괄본부 직제상 독립성을 부여해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정 사장이 승진과 함께 부본부장 직함을 떼어냄으로써 기획총괄본부장과 부본부장 자리는 모두 공석으로 남게 됐다.
이처럼 정의선 사장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오는 11일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김익환 사장의 역할은 반사적으로 축소됐다.
김 사장은 앞으로 국내영업본부, 화성.소하리.광주공장, A/S, 경영지원본부(인사.총무.관재) 등 사실상 `안방살림'에 전념하는 구도로 역할이 조정됐다.
기아차 소속인 최한영 사장(현대.기아차전략조정실장)은 현대.기아차 마케팅총괄본부장을 겸직하게 됐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기아차 사장 3명 사이의 이같은 역할 조정은 이번 주 들어 형식상 기획실 주도로 이뤄졌으나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직간접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크게 보면 정의선 사장과 김익환 사장이 각각 해외와 국내로업무영역을 나눈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 사장의 영역이 크게 넓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의 기획.정보기술.재경 담당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정의선 사장을 현대모비스에서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은 아직 검토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사장이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기아차 사장에 오르자 참여연대 등에서 일부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