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칩거하는 회장… 현장 가는 회장

어윤대·강만수·이팔성 등 공공기관장 교체 압박에 외부활동 자제 '사실상 칩거'<br>한동우·김정태 등은 침묵 깨고 '색깔 드러내기' 본격 행보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대표적인 '현장형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어 회장은 2011년 7월 취임 첫날부터 국민은행 영업점과 거래 중소기업을 방문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야전 사령관'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강 회장 역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을 돌며 일곱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CEO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전형적인 현장형은 아니지만 적절히 현장을 활용할 줄 아는 CEO로 통한다. 2011년 8월 서울 종로구 소재 광장시장에 위치한 우리금융미소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200억원 규모의 다문화 장학재단 설립'을 발표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현장을 강조하던 CEO들이 최근 들어 사실상 '칩거상태'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되는 이들 세 회장의 거취 문제가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중 강 회장은 가장 먼저 '내년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상태. 하지만 심적 부담감은 떨쳐버리기 어려운 듯 공식적인 외부 활동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중소기업 CEO 간담회에서도 강 회장 대신 김한철 수석부행장이 참석했다.

어 회장과 이 회장 역시 올 들어 현장 활동이 사실상 전무하다. 어 회장은 최근 미국계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 보고서를 둘러싼 내홍 사태 진화를 위한 행보를 제외하고는 현장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 회장 역시 2월 구정연휴를 앞두고 전계열사가 공동으로 개최한 사회공헌행사에 참여한 것이 올 들어 외부에 알려진 유일한 공식 일정이었다.


반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오랜 침묵'을 깨고 최근 현장경영과 소통경영에 나서겠다고 선언해 대조를 이룬다. 한 회장은 2011년 3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직원들과 소통 경영에 나서본 적이 없다. "금융지주 CEO는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이 평소 한 회장의 철학이다. 계열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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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회장은 올해부터 매월 한 차례씩 계열사 직원들과 '선후배 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임기 3년 차에 접어들며 어느 정도 자신감과 안정감이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그동안 조직 내 쌓아둔 기반을 바탕으로 한 회장 본인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경영노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 대내외 시각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줄곧 외환은행과 통합 작업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주식을 교환하며 극에 달했던 양측 간 갈등을 노련하게 봉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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