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그룹:8/말레이시아 페낭 리더골드스타(한국기업의21세기비전)

◎3교대제 24시간 가동/생산·마케팅 효율화/「5대양 전선공급기지」 야망 용틀임/현지인 기술교육·복지개선 과감히… 해외주문 쇄도속 “흑자 웃음꽃”인도양의 에메랄드이자 동양의 진주인 말레이시아 페낭. 말레이 반도 서쪽 쪽빛 바다를 끼고 대양의 상큼한 내음이 가득한 그곳에 LG전선의 전진기지 「리더 골드스타」가 5대양을 향해 포효하고 있다. LG전선이 지난 93년 5월 현지 최대 전력선과 통신선 제조그룹인 리더 유니버설에 각각 8백만달러와 1천2백만달러의 자본참여(LG측 지분율 49%) 형식으로 설립한 리더골드스타마그네틱와이어(LGM)와 리더골드스타일렉트로닉와이어(LGE) 2개 법인이 그것이다. 이들 법인의 지난해 총 매출은 1백73억원에 달했는데 각 법인들은 진출당시나 이듬해부터 흑자를 시현하고 있을 정도로 현지진출 3년여만에 이미 현지화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페낭주 퍼마당팅거에 위치하고 있는 LGM은 TV와 모터, 전자레인지 등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인 에나멜동선 6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페낭시내서 지난 85년 현대건설이 시공한 전장 8.4㎞의 페낭대교를 건너서면 2년전 개통된 총 연장 8백80㎞에 왕복 4차선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까지 이어지는 플러스고속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콸라룸푸르 방향으로 고속도로에 들어서 10분가량 달린뒤 1번 국도로 빠져나와 죽 내려가면 한창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프라이 공단옆 공업지역에 LGM이 인도양을 바라보며 우뚝 서 있다. 한적한 우리내 시골같은 풍경의 지역에 대지 5천2백평 건평 1천8백평 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이 회사 곳곳에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가 무색할 정도의 생산 열정이 가득하다. 말레이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일컬어지는 이 곳의 LGM은 휴일도 없이 3교대로 24시간 가동을 유지하면서 숨가쁘게 동선을 생산해내고 있다. 제품생산 특성상 8백도의 고온이 유지되는 기계설비들의 열기가 작업장 곳곳에 가득하지만 팔을 걷어부친 현지 근로자들은 인근 프라이공단내의 삼성 등 국내현지업체와 대만 유럽계 및 현지 전자업체 등 총 40여개사의 주고객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부터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여념이 없다. LGM은 이미 10여년 전에 진출, 현지시장에서 전선시장의 빅 4로 일컬어지는 히타치 후루카와 등 일본기업들과 어느새 선두경쟁을 벌이며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전개하고 있다. LG전선은 90년대들어 국내 전선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해외진출을 모색하던중 말레이시아의 유니버설그룹과 연결되면서 이 그룹의 리더전선사에 자본 참여, 사실상 새로운 법인을 세우는 형식을 선택케 됐다. 생산과 마케팅의 효율성 등을 목적으로 제품특성에 맞춰 2개법인을 설립, 경영의 효율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2개 법인을 총 지휘하느라 하루가 부족한 듯한 최성진 리더골드스타 법인장은 『전선사업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해외진출에 대한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말레이시아 진출을 결정한 조건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진출 초기 최대의 난제는 바로 인력확보였다. 당시 말레이시아 내수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생산인력 확보에 모든 기업들이 애를 먹을 정도였는데 이미 진출해있던 인근 외국계 기업들의 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우수, 가동 초기 직원 이직률이 무려 70%에 달할 정도로 곤란을 겪었다. 문한수 공장장은 『화학공장의 특성상 라인내부는 다소 냄새가 나고 더워 직원들이 적응을 못한데다 임금인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의 이직을 막기 힘들었다』며 『그러나 출퇴근 수당을 지급하고 공장인근에 숙소를 렌트해 일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여러노력으로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직문제가 하도 심해 말레이시아에 진출해있던 국내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인투자협의회에서 「한국기업에서 근무하다 다른 한국기업으로 입사하는 경우는 채용을 제한하자」는 결의를 할 정도였다. 주요 공정이 기계화 돼 있음에도 근로자들이 비숙련 공인탓에 초기에는 제품 불량률이 30%에 달했으나 끈질기고 지속적인 교육 등을 통해 이제는 5% 이하로 낮췄고 이직도 대폭 줄어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제품의 품질은 단시간내에 일정수준까지 올라섰고 가격(55∼60㎘에 약 3.6달러)도 경쟁사인 일본계기업들 수준으로 맞춰 고객확보를 할 수 있었다. 올해는 1백54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고 추후 증설도 계획하고 있는 등 성장세는 높아만 지고 있다. 페낭주와 접해있는 케다주의 LGE는 말레이시아내 교환기용 케이블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기기용 전선인 UL와이어 등 주요 전선시장에서도 상당한 마켓셰어를 차지하고 있는 등 유력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LGM에서 플러스 고속도로를 타고 태국쪽으로 약 40분 거리인 승와이페탄시의 티칸바투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 법인은 대지 4천9백평 건평 1천9백평의 규모로 공장 인근에는 일본의 NEC 등 외국계 기업들과 합작파트너인 리더사가 입주해있어 주변이 공업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리더사의 기존 설비를 개조한데다 바로 이 건물과 맞대 설비를 증축, 가동하고 있는 이 공장은 널찍널찍하게 자리잡고 설치돼 있는 라인들이 24시간 열기를 토해내고 있다. 리더사쪽 파견자인 유금수 부사장은 『LG측이 투명한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직원간들 협력체제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물론 성취감도 매우 높다. 특히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소홀히 하는 경영관리부문에도 역점을 둬 인상깊게 배우고 있다』며 『선진 경영 및 노우하우를 습득하고 있다』고 합작기업에 근무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 법인의 김재신 공장장은 『사업초기 판로확보를 위해 나름대로 샘플을 만들어 마코니 등 현지 주요기업들을 무작정 찾아 나섰다』며 『무시도 많이 당했지만 점차 품질을 인정받고 끈기와 근성으로 그들과 접촉을 시도한 끝에 오늘의 입지를 다질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공장내부 곳곳에 걸려있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자」라는 슬로건대로 쾌적한 모습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가 수입하고 있는 주요 전선을 개발, 시장을 장악해가는 선도적 역할을 하면서 다른 합작법인과는 차별화된 활동을 보여 현지 당국으로부터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리더그룹 회장이 직접 LG쪽에 합작법인의 성공적 운영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낼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LGE는 올초 유선방송용 케이블과 자동차용 케이블을 개발, 시판에 나선 것은 물론 최근 콸라룸푸르서 개통예정인 경전철의 무인자동화 시스템망에 부품을 공급하는 약 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쾌거를 올리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시장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인터뷰/최성진 리더골드스타 법인장/“동남아 인프라 투자 급증에 잠재력 무한/합작사와 모든문제 논의 수출 시장 개척” 최성진 리더골드스타 법인장(42)은 『2개의 법인을 함께 관리하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수출 전사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전진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합작사와의 관계는. ▲LG측 지분율이 49%임에도 당초 5년간만 경영을 맡기로 했으나 최근 파트너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큰 요인인 것 같다. 즉 기술적인 문제나 경영개선 등은 우리측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지서 대 관청관계 업무 등은 합작사측이 많이 도와주는 역할분배가 훌륭히 이뤄지고 있다. ­동남아에서 전선시장의 전망은. ▲전선은 인프라 산업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개발과정에 있는 동남아지역은 그만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전선시장의 잠재력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있는 곳으로 직접 들어가 수요를 잡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현지진출 배경은. ▲지난 90년대들어 국내 전선시장은 과열경쟁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있었고 이를 타개키 위해 해외진출을 모색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투자확대와 전자산업의 발전단계에 있는 동남아 가운데 특히 영어소통이 자유롭고 당시 외국기업에 대해 5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다양한 혜택을 많이 제공하고 있던 말레이시아를 전진기지로 선택케 된 것이다. ­단 3명이 2개의 법인을 이끌고 있는데 문제는 없는가.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러나 공장장들과 함께 항상 논의하고 문제를 극복해가고 있다. 파트너측의 파견직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돕고 협력하고 있다. 특히 파트너인 리더그룹 관계자들과 항상 주요사안들에 대해 논의하며 인간적인 관계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는데 이것이 양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내서 해외 주재원들을 단순한 현지 파견자가 아닌 수출전사로 평가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주재원을 지원하는 직원들이 많아질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페낭=남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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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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