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KB에 대한 당국의 압박 어디까지

'윤종규 길들이기' 너무 나간다

당국 지지 인물 제치고 회장에 인사 압박·LIG 인수 미승인 등

경영영역 개입…"도 넘어" 우려

재임기간 동안 갈등 이어질 듯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1일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서울경제DB

윤종규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환영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치열한 내부 경선을 거쳐 당국과 정치권이 지지했던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밀어내고 KB 회장에 낙점됐다. 이 때문에 윤 회장 취임 이후에도 당국과 KB 간의 갈등이 계속될 것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됐다.

실제 당국은 최근까지도 KB의 LIG 손해보험 인수 승인 건을 빌미로 KB 사외이사들을 거세게 압박했다. 윤 회장은 결국 자신을 뽑아준 사외이사들을 모두 내보내게 됐다. 이들 중 6명은 윤 회장이 지주 부사장 시절부터 같이 일해온 인물들이다.


당국은 전가의 보도처럼 금융감독원의 검사력까지 동원했다. 물론 KB사태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책임은 만만치 않다. 그들의 퇴진이 결과적으로 윤 회장 입장에서도 큰 짐을 던 것일 수는 있지만 당국이 계속해서 이런 방식으로 KB 경영에 개입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LIG 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놓고 당국과 KB 줄다리기가 장기화하면서 금융계에서 당국의 'KB 길들이기'의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인 없는 금융회사에서 당국이 주인 행세를 해온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방식이 너무 투박하다는 것이다.

당국은 사외이사들 퇴진 선언 이후에도 KB 사태와 관련돼 있던 내부의 일부 임원들에게도 칼날을 겨누며 LIG 손보 승인에 대한 확답을 늦추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들 퇴진으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전반적으로 더 볼 것이 남았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이달 중순 임원 인사에서 확실하게 당국의 코드를 맞추지 못할 경우 사태는 다시 꼬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금융계에서는 KB를 둘러싼 일련의 갈등들을 '자존심 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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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전 KB 회장은 당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당국 고위층들의 위상에 큰 상처를 안겼다. 여기에 당국은 임 회장과 연결된 인물들은 모두 퇴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말 그대로 'KB 길들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KB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인적 청산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해도 이는 윤 회장의 경영 영역인데 당국이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일부 집행 임원들이 알아서 물러나는 것이 답이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팔을 비트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뜻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결과적으로 사외이사들의 즉각 퇴진도 아니고 3월에 임기 만료와 함께 다 물러나기로 하게 된 것을 보면 이렇게까지 잡음을 내면서 처리할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윤 회장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금융권 전체에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만 커지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LIG 손보 인수 승인을 놓고 조직이 다시 흔들리다 보니 KB 내부에서도 당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손보사 인수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보 시장과 달리 손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고 특히 LIG 손보는 장기간 경영 부실이 이어져 왔던 만큼 KB의 시너지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매(리테일)에 강한 KB 입장에서는 비은행 부분의 포트폴리오 강화보다도 은행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할 수 있다.

KB 내부의 한 관계자는 "LIG 손보 인수는 임 전 회장의 작품이었고 수세에 몰려 인수합병 실적을 내려다 보니 가격 등에서 다소 무리한 측면도 있었다"며 "윤 회장이 굳이 LIG 손보 인수에 매달려 가며 당국의 경영 간섭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KB의 현안들이 산적해 있고 이 과정에서 당국과 정치권의 개입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사회 구조를 개선하고 사외이사들을 모두 물갈이하는 과정에서도 KB는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숫자가 줄어든다 해도 지주와 은행을 포함해 총 10여명이 넘는 사외이사 자리가 나온다. 지주 사장이 부활한다면 그 자리 역시 당국이나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KB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당국에 끌려다니면 장사꾼 은행으로 돌아가겠다는 윤 회장의 경영 방침은 훼손될 수밖에 없고 KB 직원들의 자괴심도 다시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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