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인정신/김인환 효성T&C 사장(로터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성급하고 변덕스러운 단점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과거 70년대와 80년대에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우리의 근면성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이러한 우리의 근면성은 점차 찾기 어려워지고, 오히려 성장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우리의 단점과 약점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우리의 단점중에서 성급함과 변덕스러움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낳은 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이다. 경제발전초기의 고성장과정에서는 기술력의 축적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도성장기를 지나 안정적인 성장기로 접어들 때는 축적된 기술력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요 힘이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에게는 고급기술, 세계 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오랜 기간 쌓여온 고유기술이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의 꾸준하지 못한 습성으로 인해, 벽돌을 한장 한장 쌓아가듯 우리만의 기술로 키워오지 못한 때문이다. 조금 해보다가 마음에 안들거나 뜻대로 안되면 쉽게 작업을 바꾸어버리는 풍토속에서 세계적인 기술과 장인이 나온다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장인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았던 과거 인습들이 은연중에 사람들의 심리에 작용하기도 했겠지만, 우리들 내부에 잠재해있는 성급한 기대심리와 결과 우선주의가 장인을 길러내지 못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간이 걸리고 결과가 빨리 나오지않는 분야에는 좀처럼 뛰어들려고 하지않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로 미국에서 20여년을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로는, 거기서도 중국계나 일본계는 차분하고 꾸준함을 보이는 반면, 한국계는 서두르고 덤비는 기질이 많다고 평하는 모양이다. 그 결과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기술분야에 폭넓게 자기잡아가고 있는 반면, 한국인은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성장의 폭과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수의 몇몇 뛰어난 엔지니어에 의해 한 회사의 흥망이 결정되기도 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는 기술과 장인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의 일관되고 꾸준한 기술정책, 기업의 미래지향적인 지속적이고 소신있는 투자, 기술을 중시하는 교육 등 장인을 길러낼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그바탕위에서 우수한 기술자들이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확고한 장인정신을 뿌리내릴 수 있을 때, 우리도 세계제일 또는 초일류의 기술을 갖게 될 것이며 이런 기초가 다져질 때, 초일류기업의 탄생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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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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