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초조한 오바마… 힘받는 시진핑

AIIB 설립 탄력에 금융패권 재편 가속


오바마
英·佛 등 서구 우방 국가 中주도 AIIB 가입 잇따르자 '달러 특권' 축소 우려에 긴장
신흥국 지분율 불만 달래려 의회에 IMF개혁안 승인 촉구

시진핑
중국~중동 네트워크 프로젝트… AIIB 기금 핵심 재원 떠올라
IMF WB등 고위관계자 참석
3월 열리는 보아오포럼 서 AIIB 출범 쐐기 박을 기세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이 탄력을 받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금융질서 재편 작업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구 우방들이 미국의 금융패권 질서에서 속속 이탈하자 신흥국의 불만 사항인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안 승인을 의회에 서둘러 촉구하는 등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18일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AIIB 가입 의사를 밝힌 유럽 국가는 물론 아직 확정되지 않은 한국의 가입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달 26~29일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 운명공동체를 향해'라는 주제로 자국 내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서 AIIB 출범의 쐐기를 박을 방침이다. 올해 보아오포럼은 시 주석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거시경제, 지역협력, 산업 구조조정, 기술혁신, 정치·안보, 사회·민생 등 6대 분야에 걸쳐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번 보아오포럼에서 AIIB를 비롯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의 글로벌 협력에 대해 강조하는 한편 위안화 국제화 일정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오는 28일에는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의 주재로 IMF,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요20개국(G20)의 세계 경제 관리질서에 대해 토론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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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난카이대 교수는 "미국 주도의 금융과 경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라기보다는 지나친 과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IMF·WB 등이 아닌 새로운 협력체는 중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중국과 서남아·중앙아·중동에 걸쳐 과거 실크로드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는 철도와 항만 등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고 AIIB는 실크로드기금과 함께 이 사업의 핵심 재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차대전 이후 WB와 IMF를 양대 축으로 삼아 '달러 패권'의 특권을 누려온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신개발은행(NDB) 등 다른 중국 주도의 국제 금융기구가 신흥국 중심인 것과 달리 AIIB는 선진국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 크다. 이 때문에 AIIB 출범이 21세기 이후 미중 간 경제질서 이동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공화당이 IMF 개혁 방안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미국은 국제 금융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국제적 신뢰성과 영향력이 위협받고 있다"며 "IMF의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의회가 개혁안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 개혁안 지연 탓에 AIIB 출범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공화당을 압박한 셈이다.

지난 2010년 G20 정상들은 IMF 자본금을 7,200억달러로 2배로 늘리되 신흥국의 지분율을 높이는 쿼터 개혁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미국의 출자금액이 증가하는 반면 투표권은 줄어든다는 이유로 5년째 개혁안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은 물론 서방 선진국의 불만도 폭발 직전에 이른 상황이다.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 리더십 회복을 위해 중국이 제외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올 상반기 타결을 목표로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실책을 저질렀다는 미국 내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한계를 인정하고 AIIB에 직접 가입해 국제적 기준의 지배질서 확립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해야 했는데도 아예 출범 자체를 방해하려다 주도권만 잃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안보 문제로 접근한 국가안보회의(NSC)의 강경 입장에 휘둘리다 궁지에 몰렸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테드 트루먼 전 미 재무부 차관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이 줄고 있다"며 "만약 AIIB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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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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