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식량안보를 확보하라]농업 구조개혁 '돈먹는 하마'

시장개방 대응 92년이후 거액 투입불구<br>농가 빚 12년새 평균 2,000만원 늘어<br>"식량비축등 제대로 된게 없다" 지적



“농가 중에는 산업정책 차원에서 대단위로 농업을 담당해서 육성할 그룹과 복지정책으로서 생계를 지원해야 할 그룹이 있는데 대상 선별이 안 되서 이도저도 아닌 정책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률적 정책으로는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농업경쟁력을 가시적으로 높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 농업대책에 대한 비판적인 논문을 발표해 항의에 시달렸다는 국책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지난 십여년의 농업정책 문제를 이같이 지적하며 “정부는 시장의 흐름에 맞도록 자원을 배분해서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눈 앞에 터진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시장에 거스르는 정책을 펼친 결과는 늘 더 큰 부작용과 경쟁력 저하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1992년 이래 역대 정부는 시장 개방에 대응해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농업 자립, 농업인 소득안정 등을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농가부채는 한 해도 빠짐없이 늘어나고 있다. 농가 평균 부채 규모는 1994년 789만원에서 2006년 말 현재 2,816만원까지 부풀어 오른 상태. 투입한 자본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가를 나타내는 자본생산성은 이 기간 중 0.65에서 0.36으로 크게 뒷걸음질쳤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농가가 도시근로자의 95%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2006년 현재 농가 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78% 수준이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업발전을 위한 예산 규모는 충분했다고 본다”며 “다만 예산 배분에 있어서 효율적인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국제경쟁에 필요한 규모의 경쟁과 생산성 증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민정부 시절 시장 개방에 맞서 경쟁력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지만 정부 융자를 받은 농가의 투자가 수입이 어려운 신선과일이나 일부 축산 분야 등으로 몰리면서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을 야기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때문에 문민정부를 거쳐 농가부채는 심각한 수준으로 누적돼 농업 부문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결국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농촌 구조개선이나 지원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치 논리에 휩쓸려 ‘땜방’식 정책을 남발함으로써 우리 농업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 셈이다. 농업구조개선 지체에 따른 성장잠재력 하락은 급속도의 농업 이탈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에 구멍을 뚫는 결과를 낳았다.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ㆍ서비스업으로 농업인구가 이탈하면서 경지면적과 생산량은 날로 줄고 그로 인한 성장력 하락이 농업 위축 가속화로 이어지는 사이 세계는 말 그대로 ‘식량위기’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식량안보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는 식량비축도, 해외농업시장으로의 진출도, 개별농가의 경쟁력을 응집하기 위한 농협의 구조 개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에 대한 모니터링도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는 “지금 세계 식량 재고율은 세계식량기구(FAO)가 ‘식량위기’의 기준치로 제시한 15%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국제 자본이 오일에서 식량으로 옮겨가고 세계 각국의 ‘땅 따먹기’가 진전되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농지를 없애고 막대한 농업 관련 기금을 놀리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성명화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본격적 시장개방 시대에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농업 현실에서는 민간이 뛰어들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내 식량기반 확보와 안정된 수입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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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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