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 끝에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 그에 대한 보도가 ‘사회적 생매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십 년 전 과거사를 끄집어내 현재의 성가를 무너뜨리는 건 명백한 '생매장' 시도"라며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드러낸 언론을 문제 삼았다.
한 명예교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며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그 소년(조진웅)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다.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조진웅이 그간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살았다는 논란과 관련“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 누구나 이력서, 이마빡에 주홍글씨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그런 시도에는 생매장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면서 “그(조진웅)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일제는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한 명예교수는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하기에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라면서 “남따라 돌 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 역시 "소년법 제68조는 소년 사건 당사자를 유추할 수 있는 보도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상기시키며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실명을 적시해 과거를 폭로하는 건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 도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온통 너덜너덜하다”고 개탄했다.
앞서 조진웅은 이달 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고교 시절 차량 절도 등 소년범 전력을 폭로하자 이튿날 연예계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저의 과오로 실망을 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고 참회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미성년 시절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성폭행 의혹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제기된 의혹 중 어떤 부분이 사실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조진웅의 갑작스러운 은퇴로 그가 출연했거나 방송을 앞둔 프로그램과 작품 역시 차질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내년 공개를 앞둔 tvN 드라마 ‘두번째 시그널’은 이미 촬영를 마친 상태로 주연급으로 활약한 조진웅의 출연분을 편집으로 덜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재촬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조진웅이 내레이션(해설)을 맡은 SBS 스페셜 다큐 ‘범죄와의 전쟁’은 오는 7일 방송 예정분부터 해설자를 교체해 재녹음을 진행했다. 이미 방송된 1부도 수정될 예정이다.
KBS는 조진웅이 출연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영상을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