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직전 금리 0.5%P 전격인하
미 국민의 애국심이 테러 대참사로 붕괴위기에 몰렸던 미 증시를 수렁에서 건졌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주식 매도 자제 요청,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리ㆍFRB) 의장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 결의 등 온갖 증시 방어 수단이 동원되면서 일주일만에 재개된 미국 증시는 17일 일단 연착륙에 성공했다.
지난 한주간 유럽ㆍ아시아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초 미국 증시 최초로 10% 이상 하락하며 투매사태가 우려됐던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개장 직후 급락세를 연출했으나 기관 투자가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안정세를 되찾았다.
미국 증시 구출 작전(?)은 먼저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이 이날 뉴욕증시 개장 1시간 전 연방기금금리를 전격적으로 3.5%에서 3.0%로 0.5%포인트 내리는 선제 공격으로 시작됐다. 이와 함께 연준리가 시중은행에 대출해주는 금리인 재할인율도 3%에서 2.5%로 하향조정됐다. 이어 증시 개방 벨이 울리자 UBS워버그 미 투자은행들이 조만간 0.5%포이트의 추가 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이라며 투자 분위기를 북돋았고 이에 인텔 GE 펩시콜라 등 미국 굴지 기업들이 수십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며 화답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미 증시가 장 초반 600포인트 이상 급락하자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강력하다며 지원 사격을 했다.
세계 증시 방어를 위한 금리인하는 유럽에서도 이뤄져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0.5%포인트의 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이에 앞서 열린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미국 증시 폭락 우려로 달러가치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116엔대까지 떨어졌으나 미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시에 117엔대로 급등했다.
지난주내내 급락세를 보였던 유럽증시는 오전장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장 후반들어 미국 금리 인하 소식으로 일제히 상승세로 반전했다. 독일 증시가 3% 이상 상승하는 것을 비롯해 프랑스ㆍ영국증시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편 하루 앞서 열린 아시아 증시는 미국 시장 개장을 앞두고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일제히 하락했었다. 서울증시는 13.53포인트(2.81%) 하락한 468.76으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8.29%(4.16포인트)나 떨어져 시장 개설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도쿄 증시 등 다른 주요 아시아국 증시도 급락세를 보이는 등 요동을 쳤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지난 주말보다 5%(504.48엔) 떨어진 9,504.41엔을 기록해 다시 1만엔이 붕괴됐다.
도쿄외환시장도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장중 한때 116.65엔까지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보이자 일본은행(BOJ)이 시장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달러화 가치의 급락세는 진정됐다. 홍콩ㆍ싱가포르ㆍ필리핀 증시도 각각 3.1%, 5.1%, 4.7% 하락했다.
정구영기자
이병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