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은행책임 60%
소속 외환딜러, 재벌2세 돈 500억대 날려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재벌2세인 L씨는 재벌2세 및 전문직 종사자 사교모임인 '베스트'에서 금융전문가 C씨를 알게 됐다. C씨는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금융을 전공하고 외국계 은행인 N사에서 외환딜러로 일하고 있었다.
N은행은 회사를 상대로 하는 도매금융만을 취급하는 은행이었으나 C씨는 "고리의 은행상품에 투자해주겠다"며 L씨를 비롯한 베스트 회원들로부터 수백억원대의 돈을 받아냈다. 이후 C씨는 이 돈으로 주식 선물, 옵션거래를 하다가 500억원의 돈을 날리고 결국 재벌2세 상대의 '통큰 사기꾼'이 됐다.
이에 후에 이사실을 알게 된 L씨 등은 C씨 등을 형사고발해 C씨는 12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건네준 돈 560여억원 중 20여억만을 돌려받게 되자 N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N은행도 책임이 있다"며 "피해금액의 60%인 315여억원을 L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13부(최병덕 부장판사)는 "C씨는 당시 피고 회사의 예금업무 담당 직원은 아니지만 부수적으로 정기예금을 유치하기도 했으므로 원고들을 대리한 이씨로부터 예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은 행위는 은행 직원의 사무 범위에 속한다. 따라서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사용자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씨는 회사돈과 부친, 형제의 돈을 끌어들여 '묻지마 투자'를 한 대가로 250여억원을 날리게 된 셈이다.
입력시간 : 2006/02/01 17:11